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라포엠(bluenamok) 2014. 1. 3. 14:09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문정희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해가 지는 것을 바라보며
숨죽여 홀로 운 것도 아마 그때였을 것이다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을지도 몰라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으면
당신을 다시 만나지 못할지도 몰라
입술을 열어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마지막처럼 고백한 적이 있다면……
한 존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말 것을 두려워하며
꽃 속에 박힌 까아만 죽음을 비로소 알며
지는 해를 바라보며 나의 심장이 뛰는 것을
당신께 고백한 적이 있다면……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처음으로
절박하게 허공을 두드리며
사랑한다는 말을 한적이 있다면
그것은 아마 해가 질 때였을 것이다

 

 

 

 

 

 

 

 

 

 

 

 

사랑하는 것은...문정희

 

 

사랑하는 것은
창을 여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안에 들어가
오래오래 홀로 우는 것입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슬픈 것입니다.
그러나
"사랑합니다."
풀꽃처럼 작은 이 한마디에
녹슬고 사나운 철문도 삐걱 열리고
길고 긴 장벽도 눈 녹듯 스러지고
온 대지에 따스한 봄이 옵니다.
사랑하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강한 것입니다

 

 

 

 

 

 

 

 

 

 

  

 

 



 


01. 처음부터 지금까지 / 겨울연가

02. 당신이 미소짓는 날 / 굳세어라 금순아

 

 

 

 

  

'시인의 향기 > 바다 한 접시(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0) 2014.01.03
고독  (0) 2014.01.03
사랑하는 것은  (0) 2014.01.03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고정희  (0) 2013.12.15
가을 노트/문정희  (0) 2013.1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