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고정희

라포엠(bluenamok) 2013. 12. 15. 01:11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고 정 희

 

 

 

고요하여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무심히 지나는 출근버스 속에서도
추운 이들 곁에
따뜻한 차 한잔 끓는 것이 보이고


울렁거려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여수 앞바다 오동도쯤에서
춘설 속의 적동백 화드득
화드득 툭 터지는 소리 들리고


눈물겨워라
너를 내 가슴에 품고 있으면
중국 산동성에서 날아온 제비들
쓸쓸한 처마, 폐허의 처마 밑에
자유의 둥지
사랑의 둥지
부드러운 혁명의 둥지
하나 둘 트는 것이 보이고

 

 ―고정희 지음『고정희 시전집 세트 2』(또하나의문화,  2011)

 

 

 

 

'시인의 향기 > 바다 한 접시(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가 입술을 가진 이래   (0) 2014.01.03
사랑하는 것은  (0) 2014.01.03
가을 노트/문정희  (0) 2013.11.11
비망록/문정희  (0) 2013.05.09
미로/문정희  (0) 2013.0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