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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소나무 숲에는 -이상국

라포엠(bluenamok) 2014. 1. 20. 00:46

 

 

 

 

 

소나무 숲에는

 

                         이 상 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무 숲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이 땅에서 나 죄없이 죽은 사람들과

다치고 서러운 혼들 모두 들어오라고

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 부는 날

저렇게 안 우는 것처럼 울겠는가

사람들은 살다 모두 소나무 숲으로 갔으므로

새로 오는 아이들과 먼 조상들까지

거기서 다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밥 짓는 연기들은

거기 모였다가 서운하게 흩어진다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저물어 불 켜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 데만 바라보겠는가

 

 

-제 2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