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숲에는
이 상 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무 숲은 횃불처럼 타오르고
함성처럼 흔들린다
이 땅에서 나 죄없이 죽은 사람들과
다치고 서러운 혼들 모두 들어오라고
몸을 열어놓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바람 부는 날
저렇게 안 우는 것처럼 울겠는가
사람들은 살다 모두 소나무 숲으로 갔으므로
새로 오는 아이들과 먼 조상들까지
거기서 다 만나는 것 같다
그래서 우리나라 밥 짓는 연기들은
거기 모였다가 서운하게 흩어진다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저물어 불 켜는 마을을 내려다보며
아직 오지 않은 것들을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날마다
저렇게 먼 데만 바라보겠는가
-제 2회 박재삼 문학상 수상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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