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라포엠(bluenamok) 2014. 1. 3. 14:19

 

 

 

 

 

 

창 ... 문정희

 

 

나도 면벽하고 싶다.

무언(無言), 두 글자로 가슴에 못을 치고

서늘한 눈빛으로

벽에다 구멍 하나 내고 싶다

그 구멍으로 하늘을 보고 싶다

 

 

그런데 나만이 아니었구나

세상에 저 많은 창들을 보아라

 

 

공룡처럼 치솟은 아파트에도

제멋대로 달리는 자동차에도

창은 많이도 달려 있구나

 

 

모두가 면벽하며 살았었구나

무언, 두 글자로 가슴에 못을 치고

서늘한 제 눈빛으로 벽을 뚫으며

하늘을 보려고 괴로워했었구나

창을 만들었구나

 

 

 

 

 

 

 

 

 

 

 

 

 

 

비망록...문정희

남을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남 보다 나를 더 사랑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가난한 식사 앞에서
기도를 하고
밤이면 고요히
일기를 쓰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구겨진 속옷을 내보이듯
매양 허물만 내보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사랑하는 사람아
너는 내 가슴에 아직도
눈에 익은 별처럼 박혀 있고

나는 박힌 별이 돌처럼 아파서
이렇게 한 생애를 허둥거린다

 

 

 

 

 

 

 

 

 

 

 

 

 

 

 

 

 



A Scene Of La Seine(세느강의 情景)-
Yuhki Kuramato + London Philhamony Ochestr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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