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원재훈 우체통에 넣을 편지가 없다/ 원재훈 한때 나는 편지에 모든 생을 담았다. 새가 날개를 가지듯 꽃이 향기를 품고 살아가듯 나무가 뿌리를 내리듯 별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보내는 편지 나는 그대에게 보내는 편지에 내 생의 비밀을 적었다. 아이의 미소를, 여인의 체취를, 여행에 깨우침을,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31
우리 동네 집들/박형권 우리 동네 집들 / 박형권 좋은 사이들이 말을 할 때 가만히 눈매를 바라보는 것처럼 손끝으로 입을 가리는 것처럼 겨드랑이를 쿡 찌르고 깔깔대는 것처럼 우리 동네 집들이 말을 한다 파란 대문 집은 아직 아버지가 바다에서 돌아오지 않아서 외등을 켜고 군불 때는 집은 쇠죽 끓이는 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19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이해인 바다로 달려가는 바람처럼/이해인 바람은 어디에 숨어 있다가 이제야 달려오는가..... 함께 있을 땐 잊고 있다가도 멀리 떠나고 나면 다시 그리워지는 바람 처음 듣는 황홀한 음악처럼 나뭇잎을 스쳐 가다 내 작은 방 유리창을 두드리는 서늘한 눈매의 바람 여름 내내 끓어오르던 내 마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05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 옛날의 그 집 - 박경리 비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빈 창고같이 휑뎅그렁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쑥새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다행이 뜰은 넓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8.04
사랑하는 일이란/ 전숙 사랑하는 일이란/ 전숙 창가의 애기별꽃이 별천지가 되었다 나를 보게 하려고 꽃의 얼굴을 돌려놓았다 웬걸, 이내 양지뜸으로 돌아서는 마음에 나는 혼자 화끈거린다 누군가를 외곬으로 바라본다는 것 멈출 수 없다는 것 그것, 불에 덴 듯 얼마나 아린 일인지 하여도 사랑한다는 것은 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5.29
나의 하늘은 /이해인 나의 하늘은 /이해인 그 푸른빛이 너무 좋아 창가에서 올려다본 나의 하늘은 어제는 바다가 되고 오늘은 숲이 되고 내일은 또 무엇이 될까 몹시 갑갑하고 울고 싶을 때 문득 쳐다본 나의 하늘이 지금은 집이 되고 호수가 되고 들판이 된다 그 들판에서 꿈을 꾸는 내 마음 파랗게 파랗게 부..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4.23
아름다운 사람에게/김경훈 아름다운 사람에게/김경훈 흔들리는 바람이 아침 풀잎에 내려 앉은 날 그대여 보고 싶다 말하지 않는다 해서 노여워 마십시오 신새벽 맑은 햇살은 느끼지 못하는 사이에도 우리들 가슴을 흔들어 준답니다 보이지 않는 마음들이 아침 창가로 다가와 앉는 날 말없이 바라보는 미소로도 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3.23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그대에게 가고 싶다...안도현 해 뜨는 아침에는 나도 맑은 사람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보고 싶은 마음 때문에 밤새 퍼부어대던 눈발이 그치고 오늘은 하늘도 맨 처음인 듯 열리는 날 나도 금방 헹구어낸 햇살이 되어 그대에게 가고 싶다 그대 창가에 오랜만에 볕이 들거든 긴 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3.17
봄/반칠환 봄 반칠환 저 요리사의 솜씨 좀 보게 누가 저걸 냉동 재룐줄 알겠나 푸릇푸릇한 저 싹도 울긋불긋한 저 꽃도 꽝꽝 언 냉장고에서 꺼낸 것이라네 아른아른 김조차 나지 않는가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25
장독대가 있던 집/권대웅 . . . . . . . 장독대가 있던 집/권대웅 햇빛이 강아지처럼 뒹굴다 가곤 했다 구름이 항아리 속을 기웃거리다 가곤 했다 죽어서도 할머니를 사랑했던 할아버지 지붕 위에 쑥부쟁이로 피어 피어 적막한 정오의 마당을 내려다보곤 했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으면서도 조금씩 떠나가던 집 빨랫..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23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 박경리와 박완서의 노년 소설가 박경리씨는 운명하기 몇 달 전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시 젊어지고 싶지 않다. 모진 세월 가고... 아아~~~ 편안하다. 늙어서 이렇게 편안한 것을... 버리고 갈 것만 남아서 참 홀가분하다." (그림 ; 김기덕 화백) 다음은 노년의 박완서씨가 썼던 글입니다. "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19
편지 또 기다리는 편지 -정 호승-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눈으로 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19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봄비, 간이역에 서는 기차처럼 / 고미경 간이역에 와닿는 기차처럼 봄비가 오네 목을 빼고 오래도록 기다렸던 야윈 나무가 끝내는 눈시울 뜨거워져 몸마다 붉은 꽃망울 웅얼웅얼 터지네 나무의 몸과 봄비의 몸은 한나절이 지나도록 깊은 포옹을 풀지 못하네 어린 순들의 연초록 발바닥까..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2.06
꽃무릇/박언숙 꽃무릇 박언숙 그대 숨소리가 지척에서 들렸어요 내 발길은 그 얼마나 바빴는지 아직 길은 하염없이 남았다 그랬나요 분명 길은 그대에게 가는 길인데 나 꽃 핀 자리가 약속한 그 자리 맞는지요 혼자 걷는 길이 외롭고 아득하니 속히 뒤따라 나서라는 당부도 들렸어요 어디쯤에서 소리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1.13
'12월'시 모음 + 12월 욕심을 털어 버리고 사는 친구가 내 주위엔 그래도 1할은 된다고 생각할 때, 옷 벗고 눈에 젖는 나무여! 네 뜻을 알겠다 포근한 12월을 친구여! 어디서나 당하는 그 추위보다 더한 손해를 너는 저 설목雪木처럼 견디고 그리고 이불을 덮은 심사로 네 자리를 덥히며 살거라 (박재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2.01
곁에 없어도/조병화 곁에 없어도 / 조병화 물에 비치다 떠가는 구름 처럼 마주 비치다 떠가는 빈 자리 아, 아름다움아 두고 가는 마음아 헤여짐이 있는 곳에 사람이 사옵니다 하늘에 물 고여 있듯이 그 눈에 물 고여 있습니다 하늘에 그리움 고여 있듯이 그 있음에 그리움 고여 있습니다 길을 다하여 먼 날 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1.12
파도 꽃은 피지만/이효녕 파도 꽃은 피지만 / 이효녕 먼 길을 가기 위해 무거운 어깨를 털고 물결 위에 새긴 그리움 안고 바다로 나섰으니 너를 향하여 바라보며 바람이 피워놓은 파도 꽃 허공만을 맴도는 시간 찾아 바람의 높낮이로 흔들리는 마음 너를 바라보는 것도 그리워하는 것도 너무 지쳐 이제 파도 꽃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0.23
늘 그리워지는 한사람/이외수 늘 그리워지는 한사람 /이외수 한 세상 살면서 누굴 사랑한다는 건 찢어진 가슴에 울음을 쏟아넣고 날마다 한땀 한땀 꿰매는 기다림이다 음악을 듣기도 하고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까무룩 잠이 드는 거지 그것도 너랑 나는 네게 그런 사람이고 싶었어 네가 가진 많은것두, 나 하나를 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2.10.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