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이면 가끔 - 문인수 저녁이면 가끔 - 문인수(1945~ ) 저녁이면 가끔 한 시간 남짓 동네 놀이터에 나와 놀고 가는 가족이 있다. 저 젊은 사내는 작년 아내와 사별하고 딸아이 둘을 키우며 산다고 한다. 인생이 참 새삼 구석구석 확실하게 만져질 때가 있다. 거구를 망라한 힘찬 맨손체조 같은 것, 근육질의 윤곽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4.20
친구야 너는 아니 / 이해인 친구야 너는 아니 / 이해인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 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 거래 사람들 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 거래 우리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다 들리진 않지만 이 세상엔 아픈 것들이 참 많다고 아름..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3.27
봄길/정호승 봄길/정호승 길이 끝나는 곳에서 길이 있다 길이 끝나는 곳에서도 길이 되는 사람이 있다 스스로 봄길이 되어 끝없이 걸어가는 사람이 있다 강물은 흐르다가 멈추고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하늘과 땅 사이의 모든 꽃잎은 흩어져도 보라 사랑이 끝난 곳에서도 사랑으로 남아 있는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3.23
끝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 / 황라현 끝없이 마음을 다하는 것 / 황라현 목숨 바칠만큼 마음 쓰지 않고서 사랑이라 말하지 마라 마음의 징표 하나 얻었다고 사랑이라 믿지 마라 그리움 참을 길 없어 맨발로라도 미친 듯 달려간 것이 아니었다면 그리워했단 말 남발하지 마라 그림자까지 말라가며 통곡할 때 심장 터지도록 아..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3.22
봄의 서곡-노천명 봄의 서곡/노천명 누가 오는데 이처럼들 부산스러운가요 목수는 널판지를 재며 콧노래를 부르고 하나같이 가로수들은 초록빛 새 옷들을 받아들었습니다 선량한 친구들이 거리로 거리로 쏟아집니다 여자들은 왜 이렇게 더 야단입니까 나는 鋪道에서 현기증이 납니다 삼월의 햇볕 아래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3.12
나무 / 박재삼 나무 / 박재삼 바람과 햇빛에 끊임없이 출렁이는 나뭇잎의 물살을 보아라. 사랑하는 이여, 그대 스란치마의 물살이 어지러운 내 머리에 닿아 노래처럼 풀려가는 근심, 그도 그런 것인가. 사랑은 만번을 해도 미흡한 갈증, 물거품이 한없이 일고 그리고 한없이 스러지는 허망이더라도 아름..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3.06
아름다운 마침표/신표균 아름다운 마침표/ 신표균 서른 일곱 살 처녀가 가발 머리 곱게 빗고 화장을 고친다 수심에 찬 거울 앞에 서서 솜사탕 같은 아침 물안개 속에 쓸쓸한 미소 짓는다 그녀, 웃으며 영정사진을 찍는다 예쁘게 찍어 주세요 엄마가 시집 못 보내고 손 놓은 딸 웃는 모습 품에 안고 살게요 환한 얼..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2.13
내 사람이여/김광석 내 사람이여 - 김광석 내가 너의 어둠을 밝혀줄 수 있다면 빛 하나 가진 작은 별이 되어도 좋겠네 너 가는 길마다 함께 다니며, 너의 길을 비추겠네. 내가 너의 아픔을 만져줄 수 있다면 이름없는 들의 꽃이 되어도 좋겠네. 음 눈물이 고인 너의 눈 속에, 슬픈 춤으로 흔들리겠네 그럴 수 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2.05
모란 동백-이제하 시, 조영남 노래 모란동백 詩 / 이제하 모란은 벌써 지고 없는데 먼 산에 뻐꾸기 울면 상냥한 얼굴 모란 아가씨 꿈속에 찾아오네. 세상은 바람 불고 고달파라 나 어느 변방에 떠돌다 떠돌다 어느 나무 그늘에 고요히 고요히 잠든다 해도 또 한 번 모란이 필 때까지 나를 잊지 말아요. 동백은 벌써 지고 없는..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8
풍경을 달다-정호승 풍경을 달다....정호승 운주사 와불님을 뵙고 돌아오는 길에 그대 가슴의 처마끝에 풍경을 달고 돌아왔다 먼데서 바람 불어와 풍경소리 들리면 보고 싶은 내마음이 찾아간 줄 알아라. 23.Janury.2014 by Jace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5
소나무 숲에는 -이상국 소나무 숲에는 이 상 국 소나무 숲에는 뭔가 있다 숨어서 밤 되기를 기다리는 누군가 있다 그렇지 않고서야 저렇게 은근할 수가 있는가 짐승처럼 가슴을 쓸어내리며 모두 돌아오라고, 돌아와 같이 살자고 외치는 소나무 숲에는 누군가 있다 어디서나 보이라고, 먼 데서도 들으라고 소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4.01.20
참 아름다운 동행 / 김민소 참 아름다운 동행 / 김민소 마주보는 눈빛을 녹여 지치고 헐 벗은 영혼에 온기를 적셔주는 사랑입니다 마음과 마음을 버무려서 비 바람이 쓸고 간 자리에도 꽃망울을 터트리는 사랑입니다 꿈은 노을속에 묻혀지고 삶은 어두운 뒷골목을 말하지만 존재로 등불이 되고 있는 사랑입니다 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26
덮어준다는 것/복효근 덮어준다는 것 복효근 달팽이 두 마리가 붙어 있다 빈 집에서 길게 몸을 빼내어 한 놈이 한 놈을 덮으려 하고 있다 덮어주려 하고 있다 일생이 노숙이었으므로 온몸이 맨살 혹은 속살이었으므로 상처이었으므로 부끄럼이었으므로 덮어준다는 것, 사람으로 말하면 무슨 체위 저 흘레의 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8
귀로 듣는 눈/문성해 귀로 듣는 눈 문성해 눈이 온다 시장 좌판 위 오래된 천막처럼 축 내려 앉은 하늘 허드레 눈이 시장 사람들처럼 왁자하게 온다 쳐내도 쳐내도 달려드는 무리들에 섞여 질긴 몸뚱이 하나 혀처럼 옷에 달라붙는다 말 한마디 건네지 못하고 실밥을 따라 떨어진다 그것은 눈송이 하나가 내게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7
국화 앞에서/김재진 국화 앞에서 / 김재진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더 많은 사람들은 모른다. 귀밑에 아직 솜털 보송보송하거나 인생을 살았어도 헛 살아버린 마음에 낀 비계 덜어내지 못한 사람들은 모른다. 사람이라도 다 같은 사람이 아니듯 꽃이라도 다 같은 꽃은 아니다. 눈부신 젊음 지나 한참을 더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17
시월/기형도 외 10월 / R. Frost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너의 잎새들은 곱게 단풍이 들어 곧 떨어질 듯하구나 만일 내일의 바람이 매섭다면 너의 잎새는 모두 떨어지고 말겠지 까마귀들이 숲에서 울고 내일이면 무리 지어 날아가겠지 오, 고요하고 부드러운 시월의 아침이여 오늘은 천천히..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10.02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문득 / 김경훈 살다가 보면 문득 안부가 궁금해지는 사람이 있다 어쩔 수 없이 비켜간 사람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신문처럼 그 마음을 다 읽지도 못하고 접어버린 인연 살다가 보면 문득 그 사람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은 순간이 있다 산다는 것이 그런거야 혼자만의 넋두..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9.22
가을 노래-이해인 가을 노래 / 이해인 하늘은 높아가고 마음은 깊어가네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를 키워 행복한 나무여, 바람이여 슬프지 않아도 안으로 고이는 눈물은 그리움 때문인가 가을이 오면 어머니의 목소리가 가까이 들리고 멀리 있는 친구가 보고싶고 죄 없이 눈이 맑았던 어린 시절의 나를 만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3.09.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