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샌들 임 현 숙 나는 그녀의 하얀 샌들 여름이면 엄지발톱을 빨갛게 물들인 그녀와 종종 나들이를 갔다 어느 날엔 맛있는 냄새가 허기를 채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아줌마들의 찰진 수다가 메탈 음악처럼 귀를 뚫곤 했다 붉은 발톱은 여유로웠고 나는 더위 안에서 추위를 타곤 했다 하얀 살갗이 누레지고 주름지도록 그녀의 작은 발을 사랑하며 또각또각 동행했는데 명랑하던 그녀가 폭폭 울던 그날 이후 신발장 귀퉁이에서 몇 번의 여름을 깜깜하게 보내고 있다 그녀의 슬픈 발에는 키 작은 운동화가 날마다 따라다니고 절인 배추가 되어 돌아온 운동화에선 고달픈 하루 냄새가 배어 나온다 신발장 문이 열릴 때마다 나 여기 있다고 들썩여 봤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그 납작한 운동화만 데리고 간다 땡고추 같은 쌀쌀함이 측은하기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