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저어기 아롱거리는

라포엠(bluenamok) 2022. 4. 21. 03:48

 

저어기 아롱거리는

                                        나목 임현숙

 

봄,

이 봄은 상냥하기도 하지

고목에도 새 이파리 돋아나네

 

꽃바람 미끄러지며

연두 꽃망울 너울대고

아지랑이처럼 추억이 피네

 

낡아 깁고 덧댄 기억들

나그네 긴 여정에

낙타의 두 혹 같은 것  

 

새봄이 찾아와도

두근거리지 않을 

화석으로 남아

풀잎 꽃 낙엽 눈···

사철 피어나는 돌꽃이어라

 

그래

오랜 추억은 기억일 뿐

이 봄엔 푸른 향기를 그리워하자

기억 저어편 그것 말고

저어기 아롱거리는 신기루 같은.

 

-림(2022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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