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되면
나목 임현숙
늙수그레한 용달차
팔팔해 보여도 매일 점검을 해야 해
더 오래된 차는 아직 젊어 좋겠다고 말하지
그래
서른 살 된 차가 보기엔
스무 살은 청년이지
스무 살의 절반은
짐이 깨끗하고 단출해서 날아다녔지
단 한 번의 추돌 사고 후
내 등에 실린 건 쇠붙이였다네
발이 땅에 붙게 버거워 헉헉거리다가도
이 짐이
누군가의 밥이 되고 날개가 된다는 것이
새 원동력이 되었어
언덕을 오를 때면 거북이가 되지만
조금 느리면 어때
심장이 멈출 때까지 달려갈 테야
낡고 긴 터널을 지나며
빛을 향해 뛰어가고 싶은
그 여자
아침마다 오래된 혈관에 윤활유를 붓는다.
-림(20220215)
한국문협 부산지부/월간 문학도시2022년 8월호/기획특집/해외 한국문학 수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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