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가을 항(港)의 여름은

라포엠(bluenamok) 2023. 7. 5. 01:54

 

가을 항(港)의 여름은

 

임현숙

 

 

풍요로운 햇살 덕에

하늘빛도

채마밭도

새파랗고

고향을 떠나 뿌리내린 나도

허릿살이 풍성해진다

 

생의 늦여름에 만났던

낯선 땅 밴쿠버

땡볕에도

나무 그늘엔 만년설 바람 보송한

소소한 풍경마저 그림엽서가 되는

시퍼런 여름빛에 홀렸다

 

작은 포구에 영근 여름은 

바라만 보아도 설레었는데

돛단배 타고 하늘을 날던

그 두근거림은 어디로 갔을까

 

누릇한 생의 가을 항(港)에서

그리울 일도

기다릴 이도

막배에 태워 보내놓고선

꽃이라 불리던 여름날 애련해

뱃고동 소리 기다려진다

 

활짝 핀 여름 안에서

그 설렘으로 가는 배표를 예매 중이다. 

 

 

-림(20230626)

 

https://www.youtube.com/watch?v=Pt_zuexXFdw&t=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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