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칼꽃의 바람

라포엠(bluenamok) 2022. 8. 14. 03:24

 

칼꽃의 바람

 

                                                             임 현 숙

 

 

 

전화기 너머에서

칼과 칼이 부딪치고

핏빛 칼꽃이 만발해요

 

동물의 말소리처럼

음성도 억양과 색깔이 다 다르죠

싫은 소리도 상냥하면 달콤하게 들리고

예사말도 거칠면 욱하게 해요

 

꽃잎에 베인 가슴에

핏방울이 맺히고

터질 때마다 성품이 드러나지요

 

카나리아처럼 말하고 싶은데

입술이 길길이 칼꽃을 피우니

귀를 봉해야 할까

입술을 잠가야 할까요.

 

 

-림(20220817)

'나목의 글밭 > 시2·다시 부르는 노래'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내 발등 내가 찍었다  (0) 2023.01.26
그래요  (0) 2022.09.22
멀리서 보면 다 아름답다  (0) 2022.07.31
민들레  (0) 2022.04.24
노루를 찾습니다  (0) 2022.04.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