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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라포엠(bluenamok) 2012. 9. 13. 05:39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임 현 숙






     새벽 안개 헤치며 달려오는 

가을바람
꼿꼿하던 미루나무도 휘청이고
뭉게구름도 쩍쩍 금이 가 하늘하늘
바라보는 눈동자도 비틀댄다 

 
여름내 그토록 갈망할 땐
꼭꼭 숨어 애태우더니
방방곡곡에 단풍 불 놓아
마음 들뜨게 하려는구나
가을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건
무심한 바위뿐
신호등 삼원색도 흔들린다
갈까 말까


가을이 깊어가면
살아있는 것들은 카멜레온이 된다
백지 같던 마음에 푸른 멍이 들기도 하고
후끈 달아올라 단풍잎이 되기도 하지


이 가을엔 갓 씨만큼만 흔들려도 좋으리
저 불타는 가을 숲으로 가
활활 타는 단풍나무가 되고 싶다


가을은 작은 흔들림이다.


-림(20120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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