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여, 그대 삶이여, 그대 임 현 숙 삶이여 그대로 인해 불효자 되고 누명도 쓰고 수모에 이 악물어도 얼간이라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나입니다 수려한 꽃의 꽃받침처럼 사철 그늘진 자리에서 언젠가 벚꽃으로 피어날 기적을 꿈꾸며 저~어기 높은 하늘로 손 흔들어 보기도 하지만 묵묵부답일 뿐 기다..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8.03.30
봄을 만지다 봄을 만지다 임 현 숙 훈훈한 봄바람 나풀대는 거리로 꽃들이 나들이 나왔어요 왕관 쓴 튤립 콧대 높은 수선화 아웅다웅 으스대는 봄꽃들 곁에 나도 꽃인 양 피였어요 두 볼이 화끈화끈 달아오른 봄에 데였나 봐요.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30
노래할 이유 있네 노래할 이유 있네 임 현 숙 봄이 더디다고 하늘 바라보며 눈물 찔끔 찍어낼 일 아니야 보도블록 틈새로 머리 내민 푸새 한 포기 봄빛 보려고 무진장 애 썼다는 것 알잖아 이끼 걸친 고목에 삐죽이 입술 내민 어린 순 단단한 껍질 헤집느라 얼마나 박치기했으면 푸른 멍이 들었겠어 어두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27
봄비에 젖으면 봄비에 젖으면 임 현 숙 자박자박 봄비 내리는 길 지난겨울 그림자 해맑게 지우는 빗방울 소리 흥겨워 발걸음도 춤을 추네 반 토막 난 지렁이 재생의 욕망이 몸부림치고 시냇가 버드나무 올올이 연둣빛 리본 달고 나 살아났노라 환호성 하네 늙수그레하던 세상 생명수에 젖어 젖어 기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26
허물 허물 임 현 숙 의자 위에 침대 위에 널부러진 탈피의 흔적들 탓하기 입 아파서 문 닫아 외면하는 내 분신인 카멜레온의 허물. -림(20120621)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24
머리를 자르며 머리를 자르며 임 현 숙 뒤통수 살리고 길이는 짧게 주문하는 대로 가위가 지나가면 화들짝 일어서는 흰머리 세월의 무게로 늘어진 눈꼬리 탄력 없는 볼이며 메마른 입술 거울 속 얼굴이 참 낯설다 하양 교복 카라 명랑한 입술 검은 머리 소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어푸거리며 하구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08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임 현 숙 위이 윙 제초기가 잡초 허리를 자르자 숨어 핀 작은 꽃송이 바들바들 떤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듯 울창한 그대 마음 가지치기해보면 "나, 여기 있어요." 수줍게 고개 드는 꽃 한 송이 진정 누구일까? -림(20150824)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07
머리를 자르며 머리를 자르며 임 현 숙 뒤통수 살리고 길이는 짧게 주문하는 대로 가위가 지나가면 화들짝 일어서는 흰머리 세월의 무게로 늘어진 눈꼬리 탄력 없는 볼이며 메마른 입술 거울 속 얼굴이 참 낯설다 하양 교복 카라 명랑한 입술 검은 머리 소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어푸거리며 하구까..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8.03.06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그 시간마저도 그립습니다 임 현 숙 멀리 고향을 떠나와 나처럼 외로운 건지 길섶에 옹기종기 살을 비비고 있는 조약돌들 비 내리는 날이면 빗물 따라가려 졸졸졸 거리지만 제자리에서 어깨만 들썩일 뿐 동해의 푸른 숨결 서해의 붉은 낙조 울안에 덩굴지던 능소화 마음 자락 별빛 헤며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3.02
풀룻이 사랑한 클래식14곡 Art : Robert Hagan 봄이 오신다기에 ... 홍 수 희 창을 열고 먼발치에서 내려다봅니다 오늘도 당신은 잰걸음으로 바쁘게 오가시더니 문득 멈추어 서선 이쪽 창을 물끄러미 올려다봅니다 나는 압니다 당신의 시선이 나에게 머무는 시간이라는 것은 당신이 어느 한적한 일요일, 화분에 꽃씨를 .. 소리샘/클래식 2018.03.01
입맛 다시다 입맛 다시다 임 현 숙 설날이라고 떡국을 먹는다 소고기를 숭덩숭덩 썰어 대충 끓였는데도 구수한 국물과 졸깃한 떡가래가 자꾸 숟가락을 끌어당긴다 뱃속은 그만이라고 신호를 보내오건만 쯧쯧 해가 가도 줄지 않는 이 식탐 짧은 이월은 모자라서 더욱 간절한 하루 아니던가 오래도록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2.25
그곳에 가면 그곳에 가면 임 현 숙 느른하고 헐렁한 오늘 갓 잡은 고등어처럼 펄펄 뛰는 남대문 시장에 가고 싶다 골라 골라 손뼉을 치며 온종일 골라보라는 사람 오만 잡동사니를 단돈 몇 푼에 한 보따리 준다는 사람 천 원 한 장으로 허기를 지울 수 있던 빈대떡집 사람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커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8.02.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