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머리를 자르며

라포엠(bluenamok) 2018. 3. 8. 06:26

      머리를 자르며 임 현 숙 뒤통수 살리고 길이는 짧게 주문하는 대로 가위가 지나가면 화들짝 일어서는 흰머리 세월의 무게로 늘어진 눈꼬리 탄력 없는 볼이며 메마른 입술 거울 속 얼굴이 참 낯설다 하양 교복 카라 명랑한 입술 검은 머리 소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어푸거리며 하구까지 흘러 왔구나 일어서면 강바닥이 닿을 텐데 아직도 세파에 허우적대는 하얀 머리 늙은 소녀 저 강물 발원지로 되돌아가면 수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머리를 자르는 동안 눈 감고 나이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림(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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