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머리를 자르며

라포엠(bluenamok) 2018. 3. 6. 04:04

      머리를 자르며 임 현 숙 뒤통수 살리고 길이는 짧게 주문하는 대로 가위가 지나가면 화들짝 일어서는 흰머리 세월의 무게로 늘어진 눈꼬리 탄력 없는 볼이며 메마른 입술 거울 속 얼굴이 참 낯설다 하양 교복 카라 명랑한 입술 검은 머리 소녀 강물처럼 흐르는 시간을 어푸거리며 하구까지 흘러 왔구나 일어서면 강바닥이 닿을 텐데 아직도 세파에 허우적대는 하얀 머리 늙은 소녀 저 강물 발원지로 되돌아가면 수영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머리를 자르는 동안 눈 감고 나이를 거슬러 오르고 있다. -림(20180306)



'나목의 글밭 > 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봄은  (0) 2018.04.12
삶이여, 그대  (0) 2018.03.30
우리  (0) 2018.01.10
안녕, 내 생애 가장 젊은 날이여  (0) 2017.12.29
이순耳順에 들다  (0) 2017.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