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문정희

라포엠(bluenamok) 2025. 1. 18. 02:07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문정희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절벽에서 절벽으로 뛰어다니는

소나기가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

눈 뜨면 안 보이는

울부짖음이다

 

점토의 빛깔로 다가오는 저녁

내 안에 우는 돌에다 물을 준다

돌의 키는 자라

무엇이 될 수 있을까

허공에서 허공으로 뛰어다니는

새가 될 수 있을까

 

내 안에 우는 돌이 있다

 

휴대전화를 꺼내어 찍고 싶은데

싱싱한 비명은 찍을 수 없다

 

        — 시집 『그 끝은 몰라도 돼』 202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