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머플러

라포엠(bluenamok) 2015. 11. 20. 12:56

 

 

 

 

머플러-문정희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나는 그녀의 상처를 덮는 날개입니다
쓰라린 불구를 가리는 붕대입니다

물푸레나무처럼 늘 당당한 그녀에게도
간혹 아랍 여자의 차도르 같은
보호벽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요
처음엔 보호이지만 결국엔 감옥
어쩌면 어서 벗어던져도 좋을
허울인지도 모릅니다

아닙니다.
바람 부는 날이 아니어도
내가 그녀의 어깨를 감싸고 길에 나서면
사람들은 멋있다고 말하지만
미친 황소 앞에 펄럭이는 투우사의 망토처럼
나는 세상을 향해 싸움을 거는 그녀의 깃발입니다
기억처럼 내려앉은 따스한 노을
잊지 못할 어떤 체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