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오면 -도종환 바람이 오면 - 도종환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가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 ...Sarah McLachlan - I Love You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8.09
당신 당신 혜원 박영배 꽃을 앞세운 가지마다 산등성이 구비구비 붉은 울음으로 피어나고 우둑우둑 빗소리 봄을 물고 앞서 가는데 내가슴 빈자리는 늘 당신을 찾습니다 사랑, 그리움, 당신은 그곳에서 맴을 돌고 나는 이곳에서 부질없는 빗소리만 듣습니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7.02
소나기를 만났다 소나기를 만났다 - 혜원 박영배 소나기를 만났다 굵은 빗줄기가 산이며. 들이며 고추밭으로 여치를 잡듯이 구석구석 뒤지고 있다 낮잠 자던 고라니도 대밭에 숨은 바람도 빗발치는 CAL 50* 에 꼼짝없이 잡히고 말았다 일단 잡히면 누구나 다 후줄근한 포로가 되어야 한다 나도 산간에서 완..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6.08
어떤 편지-도종환 어떤 편지/도종환 진실로 한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습니다. 진실로 모든 사람을 사랑할 수 있는 자만이 한 사람의 아픔도 외면하지 않습니다. 당신을 처음 만난 그 숲의 나무들이 시들고 눈발이 몇 번씩 쌓이고 녹는 동안 나는 한 번도 당신을 잊은 적이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5.23
빈 집1-문태준 빈 집 1 .........................문태준 흙더버기 빗길 떠나간 당신의 자리 같았습니다 둘 데 없는 내 마음이 헌 신발들처럼 남아 바람도 들이고 비도 맞았습니다 다시 지필 수 없을까 아궁이 앞에 쪼그려 앉으면 방고래 무너져내려 피지 못하는 불씨들 종이로 바른 창 위로 바람이 손가락을 세..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5.22
향우회 모임에서 향우회 모임에서 혜원 박영배 고향 흙냄새 그리워 한 달에 한 번 까마귀 같은 벗들을 만나보면 긴장 풀린 오장육부가 줄줄 새어 나와 방안은 어느새 투박한 사투리 꽃이 피고 포근한 마음이 고향 집 마당에 들어선다 떠나 온 지 수십 년 세월 알게 모르게 다녀오기도 하지만 마을 어귀 뻐..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5.15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찔레꽃 받아들던 날 - 김용택 오월의 숲에 갔었네 나뭇잎과 나뭇잎 사이로 숲속을 찾아드는 햇살은 아기 단풍잎에 떨어져 빛나고 새들은 이 나무 저 가지로 날며 울었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들이 천천히 흔들리고 우리도 따라 나무처럼 흔들리며 마음이 스치곤 했네 아주 작은 자갈돌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5.12
덕천강 가는 날 덕천강 가는 날 惠園 박영배 난생 처음 그 길을 갔네요 그리고 덕천 강을 보았어요 이름을 듣긴 했는데 ... 그런데 이상해요 하얀 눈 포래 날릴 때 갈까 했는데 갑자기 가보고 싶었거든요 다리를 돌아올 때 보았던 강물이 슬퍼 보이더군요 손짓도 미소도 모르는 강변 코스모스는 더욱 슬퍼..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4.07
그대와 나 그대와 나 혜원 박영배 꽃잎을 앞세운 가지마다 산등성이 구비구비 붉은 울음으로 피어 나고 우득우득 빗소리 봄을 물고 내리는데 내 가슴 빈 자리는 늘 당신을 찾습니다 사랑 그리움 당신은 그곳에서 맴을 돌고 나는 이곳에서 부질없는 빗소리만 듣습니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4.04
꽃길에서 만난 봄 꽃길에서 만난 봄 혜원 박영배 당신이 꽃문 열고 꽃길로 나올 때 새순도 열리지 않는 내 심장이 두근대며 숨소리를 더듬기 시작했습니다 한걸음 또 한걸음 꽃길로 걸어오면 생가지들은 다소곳이 얼굴 붉히고 나는 눈 둘 곳 찾지 못해 개나리를 꺾었죠 왜 그리 심장이 뛰던지요 전생에 당..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4.01
보고 싶어요-김용택 보고 싶어요-김용택 당신이 보고 싶어요 보고 싶은 마음을 돌리려고 아무리 뒤돌아서고 뒤돌아서도 당신은 나보다 빨리 도시어 내 앞을 가로막고 서 계십니다 당신이 보고 싶어요 보고싶은 이 마음을 어디에다 다 감추고 보고 싶다는 이 말을 어디다 다 하겠어요 보고싶어요 당신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3.25
횡단보도를 건너며 횡단보도를 건너며 혜원 박영배 나에게 주어진 아주 단순하고 짧은 여유 내 생명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자유의 광장을 건넌다 이 루트를 통해 귀순해오는 이들은 철저한 감시와 미확인 지뢰밭을 피해 자유의 철책까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건너오거나 건너간다는 것은 일단. 양쪽의 눈..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3.25
팔월에 오는 비 팔월에 오는 비 혜원 박영배 반 쯤 깊어진 여름. 돌아앉은 내 산간이 시처럼 슬프다고 들꽃이 도란도란 피었는데 주소도 모른 어느 마을 사립을 나선 빗줄기가 눈치도 없이 내게로 온다 팔월에 비가 오면 그리움도 칡넝쿨만큼 길어져 먼 산 속 메아리처럼 소식 없이 달려 올 절절한 시 한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3.18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사람들은 왜 모를까 / 김용택 이별은 손 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선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벚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은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앉은 산들은 외..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3.08
옷을 갈아입으며 옷을 갈아입으며 惠園 박영배 아내가 다려준 옷을 입는다 울퉁불퉅한 손가락과 퇴행성 무릎관절로 요리조리 재봉선을 잡고. 칼날을 세우고 고속도로처럼 쭉 뻗은 바짓가랑이를 뽑느라 혼자 끙끙대던, 눈도 침침한 아내가 출근길 내 인격과 말과 행동을 곱게 다려준 아침이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3.07
눈 내리는 밤 눈 내리는 밤 문태준 말간 눈을 한 애인이여, 동공에 살던 은빛 비늘이여 오늘은 눈이 내린다 목에 하얀 수건을 둘러놓고 얼굴을 씻겨주던 가난한 애인이여, 외로운 천체에 성스러운 고요가 내린다 나는 눈을 감는다 손길이 나의 얼굴을 다 씻겨주는 시간을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가재미 가재미 문태준 김천의료원 6인실 302호에 산소마스크를 쓰고 암투병중인 그 녀가 누워 있다 바닥에 바짝 엎드린 가재미처럼 그녀가 누워 있다 나는 그녀의 옆에 나란히 한 마리 가재미로 눕는다 가재미가 가재미에게 눈길을 건네자 그녀가 울컥 눈물을 쏟아 낸다 한쪽 눈이 다른 한쪽 눈으..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 청정한 마음이 곧 도량/문태준 우리의 마음에는 왜 빈방이 없을까요. 우리는 눈과 코와 귀를 저만치 떨어진 곳에 세워놓고 바깥에 무슨 일이 생겼는지 살피길 좋아합니다. 다른 사람의 생활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는 즐겨 보되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드라마에는 별반 관심이 없는 듯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4.01.03
구두 한켤레의 詩/곽재구 구두 한켤레의 詩 詩 / 곽재구 차례를 지내고 돌아온 구두 밑바닥에 고향의 저문 강물소리가 묻어 있다 겨울보리 파랗게 꽂힌 강둑에서 살얼음만 몇 발자국 밟고 왔는데 쑬골 상엿집 흰 눈 속을 넘을 때도 골목 앞 보세점 흐린 불빛 아래서도 찰랑찰랑 강물소리가 들린다 내 귀는 얼어 한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10.18
가을/김용택 가을 /김용택 가을입니다 해질녘 먼 들 어스름이 내 눈 안에 들어섰습니다 윗녘 아래녘 온 들녘이 모두 샛노랗게 눈물겹습니다 말로 글로 다 할 수 없는 내 가슴속의 눈물겨운 인정과 사랑의 정감들을 당신은 아시는지요 해지는 풀섶에서 우는 풀벌레들 울음소리 따라 길이 살아나고 먼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3.09.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