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98

여름날 / 김사인

여름날 / 김사인 풀들이 시드렁거드렁 자랍니다 제 오래비 시누 올케에다 시어미 당숙 조카 생질 두루 어우러져 여름 한낮 한가합니다 봉숭아 채송화 분꽃에 양아욱 산나리 고추가 핍니다 언니 아우 함께 핍니다 암탉은 고질고질한 병아리 두엇 데리고 동네 한 바퀴 의젓합니다 나도 삐약거리는 내 새끼 하나하고 그 속에 앉아 어쩌다 비 개인 여름 한나절 시드렁거드렁 그것들 봅니다 긴 듯도 해서 긴 듯도 해서 눈이 십니다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 김사인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그 처자 발그라니 언 손에 얹혀 나 인생 탕진해버리고 말겠네 오갈 데 없는 그 처자 혼자 잉잉 울 뿐 도망도 못 가지 그 처자 볕에 그을어 행색 초라하지만 가슴과 허벅지는 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