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가는구나 /김용택 가을이 가는구나 /김용택 이렇게 가을이 가는구나 아름다운 시 한편도 강가에 나가 기다릴 사랑도 없이 가랑잎에 가을빛같이 정말 가을이 가는구나 조금 더 가면 눈이 오리 먼 산에 기댄 그대 마음에 눈은 오리 산은 그려지리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11.24
가을의 시 / 곽재구 가을의 시 / 곽재구 오후 내내 나룻배를 타고 강기슭을 따라 내려갔습니다 당신이 너무 좋아하는 칡꽃 송이들이 푸른 강기슭을 따라 한없이 피어 있었습니다 하늘이 젖은 꿈처럼 수면 위에 잠기고 수면 위에 내려온 칡꽃들이 수심(水深) 한가운데서 부끄러운 옷을 벗었습니다 바람이 불..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11.21
시드는 꽃을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는가 / 도종환 시드는 꽃을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는가 / 도종환 시드는 꽃을 어떻게 멈춰 세울 수 있는가 흐르는 강물을 어떻게 붙잡아둘 수 있는가 지는 저녁 해를 어떻게 거기 붙잡아 매둘 수 있는가 가는 걸 알면서도 어떻게 할 수 없는 것들이 주위에는 많다 날아가는 새를 날아가던 모습으로 간직..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8.30
조용한 일 - 김사인 조용한 일 - 김사인 이도 저도 마땅치 않은 저녁 철이른 낙엽하나 슬며시 곁에 내린다 그냥 있어볼 길밖에 없는 내 곁에 저도 말없이 그냥 앉는다 고맙다 실은 이런 것이 고마운 일이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8.29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접시꽃 당신 - 도종환 ​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8.10
밤 기차 밤 기차 / 김사인 모두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잠들어 있다. 왁자하던 입구 쪽 사내들도 턱 밑에 하나씩 그늘을 달고 묵묵히 건들거린다. 헤친 앞섶 사이로 런닝 목이 풀 죽은 배춧잎 같다. 조심히 통로를 지나 승무원 사내는 보는 이 없는 객실에 대고 꾸벅 절하고 간다. 가끔은 이런 식의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6.23
종이배 사랑 - 도종환 종이배 사랑 - 도종환 내 너 있는 쪽으로 흘려보내는 저녁 강물빛과 네가 나를 향해 던지는 물결소리 위에 우리 사랑은 두 척의 흔들리는 종이배 같아서 무사히 무사히 이 물길 건널지 알수 없지만 아직도 우리가 굽이 잦은 계곡물과 물살 급한 여울목을 더 건너야 하는 나이여서 지금 어..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6.04
맨발 - 문태준 맨발 - 문태준 어물전 개조개 한마리가 움막 같은 몸 바깥으로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죽은 부처가 슬피 우는 제자를 위해 관 밖으로 잠깐 발을 내밀어 보이듯이 맨발을 내밀어 보이고 있다 펄과 물 속에 오래 잠겨 있어 부르튼 맨발 내가 조문하듯 그 맨발을 건드리자 개조개는 최초..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2.16
마음 - 곽재구 마음 - 곽재구 아침저녁 방을 닦습니다 강바람이 쌓인 구석구석이며 흙냄새가 솔솔 풍기는 벽도 닦습니다 그러나 매일 가장 열심히 닦는 곳은 꼭 한 군데입니다 작은 창 틈 사이로 아침 햇살이 떨어지는 그곳 그곳에서 나는 움켜쥔 걸레 위에 내 가장 순결한 언어의 숨결들을 쏟아붓습니..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2.10
엄마의 저녁 - 공광규 엄마의 저녁 - 공광규 요즘 깍두기 모서리가 삐뚤빼뚤하고 오이무침 두께가 들쑥날쑥 입니다. 어제는 양파를 썰다가 손을 베었는데 손끝이 아니라 가슴이 아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묵은 무를 썰다가 구멍이 숭숭한 내 몸을 보았습니다. 저녁 밥상에 국그릇을 올리는데 남편이 또 반찬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1.27
얼굴 반찬 - 공광규 얼굴 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와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와 삼촌이 외식..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1.25
엄마의 저녁 - 공광규 엄마의 저녁 - 공광규 요즘 깍두기 모서리가 삐뚤빼뚤하고 오이무침 두께가 들쑥날쑥 입니다. 어제는 양파를 썰다가 손을 베었는데 손끝이 아니라 가슴이 아렸답니다. 오늘 저녁에는 묵은 무를 썰다가 구멍이 숭숭한 내 몸을 보았습니다. 저녁 밥상에 국그릇을 올리는데 남편이 또 반찬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6.01.22
김용택 '내 사랑은'중에서 아름다운것을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것이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김용택 '내 사랑은'중에서 - I was entranced by the beauty get thirsty for you This love is..... You are the love of my Love 'My love is...'by Kim yongtaek 그이가 당신입니다 / 김용택 나의 치부를 가장 많이 알고도 나의 사람으로 남..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12.29
그강에 가고 싶다 - 김용택 그 강에 가고 싶다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저 홀로 흐르고 사람이 없더라도 강물은 멀리 간다 인자는 나도 애가 타게 무엇을 기다리지 않을 때도 되었다 봄이 되어 꽃이 핀다고 금방 기뻐 웃을 일도 아니고 가을이 되어 잎이 진다고 산에서 눈길을 쉬이 거둘 일도 아니다 강가에서는 그..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12.06
사랑 그대로의 사랑 - 도종환 사랑 그대로의 사랑 - 도종환 내가 당신을 얼마만큼 사랑하는지 당신은 알지 못합니다. 층층계단을 오르내리며 느껴지는 정리할 수 없는 감정의 물결속에도 십년이 휠씬 넘은 그래서 이제는 삐걱대기까지 하는 낡은 피아노 그 앞에서 지친 목소리로 노래를 하는 내 눈속에도 당신의 사랑..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12.02
단 한 번의 사랑-김용택 단 한 번의 사랑-김용택 이 세상의 나만 아는 숲이 있습니다. 꽃이 피고 눈이 내리고 바람이 불어 차곡차곡 솔잎 쌓인 고요한 그 숲길에서 오래 이룬 단 하나 단 한 번의 사랑 당신은 내게 그런 사랑 입니다.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11.21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 도종환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 도종환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은 들판일수록 좋다 아무것도 없는 백지 한 장일수록 좋다 누군가가 와서 마음껏 그림을 그릴 수 있는 단 한 가지 빛깔의 여백으로 가득 찬 마음 그 마음의 한 쪽 페이지에는 우물이 있다 그 우물을 마시는 사람은 행복하다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11.19
百年-문태준 百年-문태준 와병 중인 당신을 두고 어두운 술집에 와 빈 의자처럼 쓸쓸히 술을 마셨네 내가 그대에게 하는 말은 다 건네지 못한 후략의 말 그제는 하얀 앵두꽃이 와 내 곁에서 지고 오늘은 왕버들이 한 이랑 한 이랑의 새잎을 들고 푸르게 공중을 흔들어 보였네 단골 술집에 와 오늘 우연..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04.01
언제 또 여러 번-문태준 언제 또 여러 번 문태준 왼 손목의 맥을 짚으며 비를 보네 물통을 내려놓고 비를 보네 이 비 그치면 낙과(落果)를 줍게 되리 천둥 우는 소리는 처음은 높고 나중은 낮아지네 계곡물은 비옷을 입고 급하게 내려오네 오늘 칡넝쿨같이 뻗어가는 구름 아래를 지나며 언제 또 소낙비를 만나게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01.22
강으로 가서 꽃이여 / 김사인 강으로 가서 꽃이여 / 김사인 이마에 손을 얹고 꽃이여 이마에 여윈 손 얹고 꽃이여 어둡게 흘러가는 강가로 가자 어린 자갈들은 추위에 입술 파랗고 늙은 여뀌떼 거친 종아리 강으로 가서 우리는 강으로 가서 다만 강물을 보자 하늘엔 찬 별도 총총하리 시든 풀의 굽은 등엔 서리가 희리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5.0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