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단보도를 건너며
혜원 박영배
나에게 주어진
아주 단순하고 짧은 여유
내 생명이 완벽하게 보장되는
자유의 광장을 건넌다
이 루트를 통해 귀순해오는 이들은
철저한 감시와 미확인 지뢰밭을 피해
자유의 철책까지 찾아올 수 있는 것이다
건너오거나 건너간다는 것은 일단.
양쪽의 눈초리를
의식할 수밖에 없기 때문.
"살려주시오
북에서 왔습네다"
셔츠를 찢어 백기를 만들고
널 부러진 저승길을 달려와
통문 밖에서 울먹이는.
자유를 찾아
죽음을 각오한
나의 생때같은 핏줄들
하루종일 총알이
머리 위로 . 가슴팍으로
핑핑 날아다니는 대 도로변 횡단보도
그곳은 비무장지대다
나는 오늘도 살벌한 양쪽 감시 하에
삼십팔도 선. 자유의 광장을 통해
소중한 생명선을 건너간다
잠간의 길목이지만 짐승처럼
펄쩍펄쩍 뛰어다니고 싶은
횡단보도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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