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래 널기 좋은 날 임현숙 봄 햇살이 찰랑한 강물도 마셔버릴 듯한 날 마당에 빨래를 넌다 뼛속까지 박히는 햇살 침도 지옥 불의 혀보다 간지럽고 살을 헤집는 바람도 뒤엉켜 도는 아궁이보다 상냥하다고 건조기 속에서 몸을 말리던 빨래들이 천국 만세라고 춤춘다 스멀스멀 사타구니를 핧던 곰팡이가 햇살 침 한방에 타버리고 흐물거리던 실오라기들이 탱탱해진다 빨래를 널다 조심스레 내 마음을 꺼내어 하늘 가까이 펼쳐 넌다 까맣게 탄 빈대 같은 마음이 바알갛게 다시 부풀어 오르기를 파란 하늘에 떼를 써본다. 2013.04.26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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