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라포엠(bluenamok) 2024. 2. 11. 04:25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임현숙

 

 

"엄마~ 염색 좀 해. 완전 할머니야!"

나 할머니 맞는데!

여섯 살백이 손녀 있잖아?

"염색하시면 훨씬 젊어 보이실 텐데요."

지인의 말,

지당한 말입니다.

친정어머니를 닮아서인지 흰머리가 생각보다 일찍 찾아왔어요.

한 달에 한 번 뿌리 염색하다가 이젠 이십 일이면 색칠해야 합니다.

눈 감았다 뜨면 한 달이 훅 지나가 버리는데

번거롭기도 하고 눈도 더 안 좋아지는 것 같아서

물들이기를 놓아버렸습니다.

어제는 손녀딸을 데리러 갔다가 선생님을 마주쳤어요.

서양 선생님이 저를 보더니 

'Your hair is a nice color~'라고 하더군요.

˙˙˙

그 말의 진의가 무엇이든지 간에

용기를 얻었어요.

할머니면 어때요.

나이와 다정히 좀 더 멋있어질 그레이로 가는 중입니다.

 

 

-림(2024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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