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씁쓸한 유혹

라포엠(bluenamok) 2014. 6. 11. 06:34

 

 

 

 

 

 

 

 씁쓸한 유혹
 

                                              임 현 숙

 

 

 

 

 

어린 시절을 지냈던 동네 어귀에 코딱지만 한 구멍가게가 있었다.

덜커덩거리는 미닫이문에 간판은 찌그러졌지만

어린 눈에 비친 점방 안 풍경은 만물상 같았다.

이담에 어른이 되어 그런 곳을 갖겠다는 꿈이 이루어진 것인지

회원 수 백몇십 명인 사이버 문학 카페 주인이 되었다.

틈틈이 품질 좋은 자료를 찾아 도매상을 드나든다.

낑낑대며 자료를 가져와 진열하는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취미 삼아 꾸미고 마음을 나누는 공간이 있어 창작 의욕도 생기고 즐겁다.

회원 수 대여섯 자리 대형 상점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가니

우리 같은 점방들은 하나둘 문 닫기 일보 직전이다.

어느 날 이상한 회원이 가입했다.

"♣카페 사장님 보아주세요♣

후불제, 다음 카페 1500명 이상 가능..."

하루에 몇백 명씩 가입을 하여 카페를 뻥튀기하는 신종 직업인 셈이다. 

우습기도 하고 회원 수 많다고 역동적인 카페가 되는 것은 아니기에

메일을 받거나 글이 올라오면 삭제해 버렸다. 

오늘도 사이버 어느 모퉁이, 내 이름 석 자 문패 걸린 아담한 카페

대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저 건너편 대형카페에 현수막이 펄럭인다.

"♣카페 사장님 보아주세요♣"

씁쓸한 유혹. 

 

 

2014.06.09 림

 

 

 


'나목의 글밭 > 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리 지키기  (0) 2015.03.21
이토록 아름다운 날…/림  (0) 2014.09.16
책임과 의무를 생각해보며  (0) 2014.04.18
귀여운 말썽꾸러기  (0) 2014.04.03
양은 냄비였구나  (0) 2014.0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