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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양은 냄비였구나

라포엠(bluenamok) 2014. 3. 31. 12:01

 

 

 

양은 냄비였구나

 

                               임 현 숙

 

 

 

노랗고 반짝이는 양은 냄비는 내 어릴 적 부엌에서 빛나던 존재였다

가볍고 열전도가 빨라 불에 올려놓으면 금세 바글바글 끓어 김치찌개나 라면을 끓이기에 안성맞춤이다

그 시절에는 스테인리스 제품이 귀해서 웬만한 집에선 양은을 주로 사용했다

한 번만 쓰고 나면 색도 변하고 쓸수록 유해물질이 나온다 해서 지금은 식탁에서 사라지고

맛을 추억하는 이를 위해 여느 식당에서 쭈그러진 양은냄비를 부러 쓰기도 한다지만

나는 양은 냄비를 좋아하지 않는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불에서 멀어지는 순간 팍삭 식어버리기에

뚝배기처럼 한 번 뜨거워지면 온기가 오래가는 묵직한 그릇이 좋다 

인연도 그렇다.

 

 

2014.03.30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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