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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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호 바다건너 글동네 수록/이순에 들다, 12월을 달리며

이순耳順에 들다 임 현 숙 어엿이 내 나이 이순 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 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이순에 들어서니 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 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 장흥 골 어느 카페 부부동반 교회 모임 형..

내 유년의 골목길

내 유년의 골목길 임 현 숙 내 유년의 골목길은 놀이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까르르 깔깔 옷은 초라해도 마음은 아라비아 부자였지 어린 발자국 사라지면 누룽지 냄새 가장을 반기고 뿌연 외등 깜박이며 연인들 입맞춤 눈 감아 주기도 했지 밤 깊어 출출할 무렵 부르잖아도 찾아오는 야식 배달 메~밀~~묵 찹~쌀~~떡~~~ 좁은 골목길은 누추하지만 유쾌하고 정겹고 낭만이 있었네 세월이 무심히 흘러 찾아간 그 골목엔 유년의 웃음소리 대신 반짝이는 자동차가 거드름 부리고 앉아 있었어 현대화가 야속하게 밀어버린 옛 시절 그리워 눈감으니 포장도로 저 밑에서 철모르던 명랑한 소리 달려오네. -림(20190826)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마다 빛나는 호텔에 들어서니 도박장이 눈 맞춤하고 홀린 사람들 곁 지나며 대박 한번 당겨보고 싶어 웅크린 손가락이 꼬물거리지 북적이는 인파, 명품 샵, 화려한 빌딩 따가운 햇볕이 호령하는 거리에 슬픔은 얼굴을 내밀지 못하네 팜 트리만이 손바닥만 한 그늘을 내어주는 거리 헐떡이며 기웃거리다 호텔 방에 들어서면 고요와 안식이 엄마처럼 맞아주어 고독하지 않은 곳 늙은 집고양이 집 밖에서 지낸 며칠 달러로 작은 행복 살 수 있었네. -림(20190528)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