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기 / 곽 재 구
저물 무렵 소나기를 만난 사람들은 알지
누군가를 고즈넉이 그리워하며
미루나무 아래 앉아 다리쉼을 하다가
그때 쏟아지는 소나기를 바라본 사람들은 알지
자신을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격정이라는 것을
사랑하는 이를 속인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분노라는 것을
그 소나기에 가슴을 적신 사람이라면 알지
자신을 속이고 사랑하는 이를 속이는 것이
또한 얼마나 쓸쓸한 아름다움이라는 것을
'시인의 향기 > 나물 한 바구니(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강영환 시인 (1) | 2023.09.10 |
---|---|
살다가 문득 / 김경훈 (0) | 2020.02.28 |
나는 아직도/박재삼 (0) | 2020.02.15 |
거울 앞에서/김종해 (0) | 2020.01.21 |
10월 /오세영 (0) | 2019.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