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이십년의 봄
임 현 숙
코로나바이러스가 판치는 봄날
문안에 갇혀 창밖의 봄을 바라보니
배꽃이 천사의 날개 같고
벚꽃은 만삭으로 낼모레 순산하겠다
지구촌 방방곡곡이 신음하는데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또 한 번의 봄이 활짝 피어나는 중이다
집안에 묶인 몸을
봄은 얄밉게 홀리지만
기억의 물레방아만 돌릴 수밖에
너와 내가 더 멀어지는
이 시절이 잔인해도
깜빡이나마
바이러스의 무게를 잊게 하는
철부지 봄이 고맙다.
-림(20200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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