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이화은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이화은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더 늙어서 만나자는 말 한 번도 사랑한다 말 한 적 없는데 아직도 사랑하고 있다는 말이네 시작도 끝도 없어야 정말 사랑이라고 그래서 우리는 힘껏 늙어가는 중이네 시간의 흰 이마에 날마다 첫눈이 내리고 스무 살의 노인..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1.27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어머니와 설날 / 김종해 '우리의 설날은 어머니가 빚어주셨다 밤새도록 자지 않고 눈 오는 소리를 흰 떡으로 빚으시는 어머니 곁에서 나는 애기까치가 되어 날아올랐다 빨간 화롯불 가에서 내 꿈은 달아오르고 밖에는 그해의 가장 아름다운 눈이 내렸다 매화꽃이 눈 속에서 날리는 어머..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7.01.26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내가 만난 사람은 모두 아름다웠다 - 이기철 잎 넓은 저녁으로 가기 위해서는 이웃들이 더 따뜻해져야 한다 초승달을 데리고 온 밤이 우체부처럼 대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채소처럼 푸른 손으로 하루를 씻어놓아야 한다 이 세상에 살고 싶어서 별을 쳐다보고 이 세상에 살..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2.17
사랑은 - 조병화 사랑은 - 조병화 사랑은 아름다운 구름이며 보이지 않는 바람 인간이 사는 곳에서 돈다 사랑은 소리나지 않는 목숨이며 보이지 않는 오열 떨어져 있는 곳에서 돈다 주어도 주어도 모자라는 마음 받아도 받아도 모자라는 목숨 사랑은 닿지 않는 구름이며 머물지 않는 바람 차지 않는 혼자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2.08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 박재삼 나는 아직도 꽃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찬란한 노래를 하고 싶습니다만 저 새처럼은 구슬을 굴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놀빛 물드는 마음으로 빛나는 사랑을 하고 싶습니다만 저 단풍잎처럼은 아리아리 고울 수가 없습니다. 나는 아직도 빈 손을 드는 마음으로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1.12
10월 /오세영 10월 /오세영 무언가 잃어 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0.27
건널목 / 이영옥 건널목 / 이영옥 단풍잎 같은 밤의 차창에 마음 주지 말기를 세상에 존재하는 한 차단은 필요했으니 딸랑딸랑 종소리 내며 막아 주는 것 나를 대신해 흐린 불빛 찔끔찔끔 꺼내던 창을 지나 그 길이 너에게 가는 길이라고 믿었던 저녁들 눈꺼풀 없는 알전구처럼 밤낮 소등되지 않는 환한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0.26
손의 흔적 - 마종기 손의 흔적 - 마종기 조국이란 게 산도 들도 아니고 손 시린 사람들이란 것을 나는 너무 늦은 나이에 알게 되었어. 가지도 오지도 못하고 주춤거리며 부여잡고 살았던 흔적이 모두 핏자국이네. 그 핏자국의 겨울 추위가 몇 겹으로 굽히지 않았던 내 옛집을 얼려버려도 가난한 주문들은 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0.24
가을 - 유안진 가을 - 유안진 이제는 사랑도 추억이 되어라 꽃내음보다는 마른 풀이 향기롭고 함께 걷던 길도 홀로 걷고 싶어라 침묵으로 말하며 눈 감은 채 고즈너기 그려보고 싶어라 어둠이 땅 속까지 적시기를 기다려 비로소 등불 하나 켜놓고 싶어라 서 있는 이들은 앉아야 할 때 앉아서 두 손 안에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10.01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Romance from The Gadfly op 97 by Dmitri Shostakovich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9.27
오래된 독서 / 김왕노 오래된 독서 - 김왕노 서로의 상처를 더듬거나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는 게 누구에게나 오래된 독서네. 일터에서 돌아와 곤히 잠든 남편의 가슴에 맺힌 땀을 늙은 아내가 야윈 손으로 가만히 닦아 주는 것도 햇살 속에 앉아 먼저 간 할아버지를 기다려 보는 할머니의 그 잔주름 주름을 조..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9.17
가을바다에 오지마라 - 정윤천 가을바다에 오지마라 - 정윤천 가슴에 재가 남은 사람은 초가을 바다에 오지마라 가을바다에서는 흙피리 소리가 난다 댓이파리 쓸리는 걸음 무늬를 낮아져 가는 물 위에 새겨 두고 여름의 끝바람 몇 떨기가 사람들의 마을에서 멀어져 갈 때 쓰라린 목메임을 아직 다스리지 못한 사람은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9.13
헌 신 - 복효근 헌 신 - 복효근 내 마음이 그대 발에 꼭 맞는 신발 같은 거였으면 좋겠다 거친 길 험한 길 딛고 가는 그대 발을 고이 받쳐 길 끝에 안착할 수 있다면 나를 신고 찍은 그대의 족적이 그대 삶이고 내 삶이니 네가 누구냐 물으면 그대 발치수와 발가락모양을 말해주리 끝이 없는 사랑이 어디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9.05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 김종해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 김종해 사라져가는 것보다 아름다운 것은 없다 안녕히라고 인사하고 떠나는 저녁은 짧아서 아름답다 그가 돌아가는 하늘이 회중전등처럼 내 발밑을 비춘다 내가 밟고 있는 세상은 작아서 아름답다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31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온다는 말 없이 간다는 말 없이 - 이병률 늦은 밤 술집에서 나오는데 주인 할머니 꽃다발을 놓고 간다며 마늘 찧던 손으로 꽃다발을 끌어안고 나오신다 꽃다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할머니에게 이 꽃다발은 할머니한테 어울리네요 가지세요 할머니는 한사코 가져가라고 나를 부르고 나..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8
만남 - 이성복 만남 - 이성복 내 마음은 골짜기 깊어 그늘져 어두운 골짜기마다 새들과 짐승들이 몸을 숨겼습니다 그 동안 나는 밝은 곳만 찾아왔지요 더 이상 밝은 곳을 찾지 않았을 때 내 마음은 갑자기 밝아졌습니다 온갖 새소리, 짐승 우짖는 소리 들려 나는 잠을 깼습니다 당신은 언제 이곳에 들어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7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류근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류근(1966~, 경북 문경) 그대 보내고 멀리 가을새와 작별하듯 그대 떠나보내고 돌아와 술잔 앞에 앉으면 눈물 나누나 그대 보내고 아주 지는 별빛 바라볼 때 눈에 흘러내리는 못다 한 말들 그 아픈 사랑 지울 수 있을까 어느 하루 비라도 추억처럼 흩날..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6
그리운 우체국 - 류근 그리운 우체국 - 류근 옛사랑 여기서 얼마나 먼지 술에 취하면 나는 문득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선량한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우표 한 장 붙여주고 싶으다 지금은 내 오랜 신열의 손금 위에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시절 낮은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6
파문 - 권혁웅 파문 - 권혁웅 어느 집 좁은 처마 아래서 비를 그어 보라, 파문 부재와 부재 사이에서 당신 발목 아래 피어나는 작은 동그라미를 바라보라 당신이 걸어온 동그란 행복 안에서 당신은 늘 오른쪽 아니면 왼쪽이 젖었을 것인데 그 사람은 당신과 늘 반대편 세상이 젖었을 것인데 이제 빗살이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5
어떤 사랑 이야기 - 강인한 어떤 사랑 이야기 - 강인한 스무살 무렵 내 사랑은 설레는 금빛 노을이었다 비가 내리고 눈이 쌓이고 서른살 무렵 내 사랑은 희미한 꿈결 속을 서걱이는 가랑잎이었다 속절 없는 바람이 불고 바람 위에 매운 바람이 불고 이제 사랑은 삶보다 어렵고 한갓 쓸쓸할 뿐 어느 쓰라린 어둠 속 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6.08.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