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그리운 우체국 - 류근

라포엠(bluenamok) 2016. 8. 26. 11:23



      그리운 우체국 - 류근 옛사랑 여기서 얼마나 먼지 술에 취하면 나는 문득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선량한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우표 한 장 붙여주고 싶으다 지금은 내 오랜 신열의 손금 위에도 꽃이 피고 바람이 부는 시절 낮은 지붕들 위로 별이 지나고 길에서 늙은 나무들은 우편배달부처럼 다시 못 만날 구름들을 향해 잎사귀를 흔든다 흔들릴 때 스스로를 흔드는 것들은 비로소 얼마나 따사로운 틈새를 만드는가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는 이별이 너무 흔해서 살아갈수록 내 가슴엔 강물이 깊어지고 돌아가야 할 시간은 철길 건너 세상의 변방에서 안개의 입자들처럼 몸을 허문다 옛사랑 추억 쪽에서 불어오는 노래의 흐린 풍경들 사이로 취한 내 눈시울조차 무게를 허문다 아아, 이제 그리운 것들은 모두 해가 지는 곳 어디쯤에서 그리운 제 별자리를 매달아두었으리라 차마 입술을 떠나지 못한 이름 하나 눈물겨워서 술에 취하면 나는 다시 우체국 불빛이 그리워지고 거기 서럽지 않은 등불에 기대어 엽서 한 장 사소하게 쓰고 싶으다 내게로 왔던 모든 이별들 위에 깨끗한 안부 한 잎 부쳐주고 싶으다


      류근 시인
      출생
      1966년경북 문경시
      학력
      중앙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수료  외 1건
      데뷔
      1992년 문화일보 신춘문예 등단
      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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