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미소의 아킬레스건 내 미소의 아킬레스건 임 현 숙 아름다운 미소 앞에서 찡그리는 사람은 마음이 꽈배기인 사람일 거야 뱁새눈, 들창코, 곰보여도 가지런한 잇속이 보이도록 환히 웃으면 장미보다 고운 향기 퐁퐁 솟아나지 그럼에도 카메라 앞에 서면 활짝 피지 못하는 건 대들보처럼 버티고 있는 덧니 때..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23
당신으로 행복합니다 당신으로 행복합니다 임 현 숙 당신은 푸른 하늘입니다 마냥 응석 부려도 살갑게 안아주는 너른 가슴이 포근한 설렘으로 다가옵니다 당신은 햇살입니다 짓궂은 비에 풀 죽은 들꽃을 활짝 웃게 하는 마법의 힘이 시공간을 넘어서 감싸옵니다 당신은 상쾌한 바람입니다 산모퉁이 에돌아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22
부부 싸움 부부 싸움 임 현 숙 한 지붕 아래 사는 시집간 딸이 소소한 이유로 화가 안 풀리면 베개를 보따리처럼 안고 건너온다 예전에 울 엄마가 누누이 이르던 말씀을 딸아이에게 대물림한다 내 원앙금침을 바느질하며 부부싸움은 꼭 한 이불 안에서 매듭지으라고 당부하셨다 사위 보기 민망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20
행복 찾기 행복 찾기 임 현 숙 누구나 슬픔은 빨리 잊기를 행복은 오래가기를 원하지 그러나 행복은 잠시 머물다 가는 바람, 슬픔은 아카시아나무 같아서 깊이 뿌리를 내리고 눈물 향을 발하네 친구야, 호미 들고 슬픔의 아카시아나무 뿌리 캐어 하늘만 한 그물을 깁자 행복의 바람 바동거리다 주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15
비와 당신 비와 당신 임 현 숙 비가 옵니다 당신이 처음 내게 오던 날처럼 저벅저벅 다가와 안부를 묻습니다 잘 지낸다고 미소 짓고 돌아서 눈물집니다 내 왼팔과 오른팔이 날 감싸 안고 양어깨를 토닥입니다 스스로 위로하는 법을 깨닫는 순간 나는 백치입니다 절굿공이로 가슴 치던 빗소리 나긋..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14
잃어버린 노래 잃어버린 노래 임 현 숙 한 줄 시를 쓰기 위해 마음을 갈고 닦아도 노래를 잃은 카나리아, 달빛 길 걸어 보고 별 무리 쫓아 날아도 보지만 마음의 노래 부를 수 없네 시가 있어 맷돌 같은 삶의 무게 깃털 같건만 더는 비울 것 없는 마음 그마저 사치로 여기나 보네 마음의 노래를 잃었으니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13
푸른 계절엔 더욱 그리워 푸른 계절엔 더욱 그리워 임 현 숙 산이 푸른 옷 입으면 청보리 꽃바람 일렁이네 여우들 가슴팍 보일락 말락 늑대들 엉큼한 이사이로 꽃바람 들락날락 칭칭 동이고 장 보러 온 나는 몇 가지 사 들고 줄행랑이네 발코니에 나와 있으면 개구리 우는 수풀에 고라니 한 쌍 머물다 가고 마을 휘..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08
행복을 주는 사람 행복을 주는 사람 임 현 숙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건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는 말이다 그 사람의 가슴에 꽂혀 시들기 전까지 날마다 바라보며 속삭인 추억이 깊은 곳에 고여있다는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는 건 아직 향기로운 꽃이라는 말이다 네 가슴을 물들일 수 있다면 붉은 장미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08
해마다 오월이면 해마다 오월이면 임현숙 숲이 푸른 손을 까부를 때 내 고향으로 돌아가리라고 얼마나 기다리는지 아느냐! 장대비가 우두둑거리는 날이면 푸른 생인가 싶어 심장이 팔딱거렸다 오월에 내리는 우박 같은 비는 나무에 새파란 옷을 지어 입히고 장미 꽃잎을 터뜨리고 모란 치마를 붉게 물들..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5.04
가여운 내 아가야 가여운 내 아가야 임현숙 아가야 어미 나무에 움터 열 달을 기다려 품에 안은 내 사랑아 눈 맞춰 옹알이 주고받으며 어엿한 가지로 쭉쭉 자라나 아름다운 꽃 활짝 피기를 날마다 기도하며 기다렸는데 파릇한 이파리 채 뚝 부러지고 말았으니 아가야 목숨 같은 내 새끼야 이 어미나무는 어..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29
베개 베개 임현숙 어둠이 내리고 물 젖은 솜이 되어 불을 끄면 푸근히 안아주는 베개 달콤한 속삭임 서러운 눈물 무거운 생각마저 쓰윽 스며들어 툭툭 털면 은밀한 이야기 먼지처럼 쏟아져 내리는 진솔한 삶의 이력서 때때로 겉옷만 갈아 입히면 다시 젊어지는 침실의 애인. 2013.05.1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29
커피 한 잔 어때요? 커피 한 잔 어때요? 임현숙 커피 한 잔 어때요? 그 말 참 향긋하다 찻잔을 마주하고 옛이야기 홀짝거리고 초콜릿처럼 포도주처럼 다정한 미소가 잘잘 흐른다 오늘, 커피 한잔 할래요? 허허벌판에 내리는 소나기같이 피할 수 없는 이끌림 2014.04.26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28
늘 내가 지고 마는 늘 내가 지고 마는 임현숙 어둠이 먹물 같은 시간이면 홀로라는 사실이 서럽다 즐겨보던 드라마도 시큰둥하고 사이버도 표류하기 싫어 책을 펼쳐보지만 돋보기가 귀찮아 침대로 파고든다 아, 텅 빈 냉장고에 갇힌 듯 춥고 허기가 돈다 낮에는 삶과, 밤엔 외로움으로 전쟁이다 이 악물고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24
꽃잎 편지 꽃잎 편지 임현숙 창문을 넘어온 햇살이 간지러운 아침 빗살 무늬 사이로 파란 하늘 강이 흐르고 칙칙하고 가슴 아픈 얘길랑 물처럼 흘려버리라며 작은 새 한 마리 포르르 날아간다 어느새 바람 우체부가 다녀갔는지 문 앞에 수북이 쌓인 꽃잎 편지들 누가 보낸 것일까 하양 꽃잎엔 그립..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22
제발, 살아 돌아오라 제발, 살아 돌아오라 임현숙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뒤돌아 보면 아이가 환히 웃으며 달려올 것 같아 엄마는 자꾸 놀이를 합니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거푸거푸 외쳐보지만 바다가 아이를 포로로 잡고 놓아주지 않습니다 꿈을 꾸고 있는 거라고 깨어나려 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19
그대 그대 임현숙 그대, 여보, 당신보다 무장무장 감미로운 말 부르면 꽃이 되는 세상에서 가장 짧은 시 아무에게나 부치지 못하는 별과 달의 연서 죽이도록 미워한다며 불러도 미치도록 사랑한다는 말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이면 부르고 싶고 비 내리는 날에 듣고 싶은 너와 나만의 은근한 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14
단추를 달며 단추를 달며 임 현 숙 어머니, 오늘 아침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예전에 바늘에 실을 꿰어달라 하시면 이런 것도 못하나 싶어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겐 그런 날이 오리라고 전혀 생각 못 했었지요 백발도 주름도 비껴갈 줄 알았었는데 깊이 넣어 둔 돋보기를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10
봄이 많이 컸어요 봄이 많이 컸어요 임현숙 어머나, 봄이 뛰어노네요 며칠 전만 해도 아장아장 걷더니 분홍신 신고 온 동네를 돌고 있어요 놀이터에서 꼬맹이들이랑 미끄럼도 타고 엄마들 품에도 살짝 안겨보고 장바구니에도 폴짝 들어앉고 어머머, 오토바이 탄 미스터 김 목에서도 나풀거리네요 곧 말문..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08
詩 詩 임현숙 내로라하는 시 꽃이 피었다는 시의 주봉(主峰)은 얼마나 높을까 유럽의 하얀 지붕 융프라우나 저 티베트 승려를 거느린 히말라야쯤 되려나 꽃향기가 광야에 외치는 소리로 때론 너털웃음이나 아득한 그리움으로 미늘처럼 영혼을 낚는 날이면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위선의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05
꽃 비가 내리네 꽃 비가 내리네 임 현 숙 노랑 꽃잎 하양 꽃잎 꽃 비 내리네 우수수 세월이 진다네 봄보다 짧게 피다 간다 슬퍼 말라네 나 여기 있어 꽃 비 맞고 천리향 그대 곁 맴도니 우리 늘 함께 있음이라네 꽃 비가 내리네 그리움이 뚝뚝 떨어지네. 2012.04.18 림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4.04.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