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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부부 싸움

라포엠(bluenamok) 2014. 5. 20. 11:46

 

       
      
      부부 싸움
                                임 현 숙
      한 지붕 아래 사는 시집간 딸이
      소소한 이유로 화가 안 풀리면 베개를 보따리처럼 안고 건너온다
      예전에 울 엄마가 누누이 이르던 말씀을 딸아이에게 대물림한다
      내 원앙금침을 바느질하며
      부부싸움은 꼭 한 이불 안에서 매듭지으라고 당부하셨다
      사위 보기 민망해 가서 자라며 어르고 달래도
      지 싫으면 눈을 똥그랗게 뜨기에 한숨 쉬며 뒤척이는데
      두어 시간 지나 일어나 앉길래 다시 등을 미니 
      기다렸다는 듯 돌아가는 모습이 누군가를 빼닮았다
      짧은 시간 지옥 구덩이를 헤매었을 것이다
      어떤 이는 절대 몸으로 풀어선 안 된다고 하지만
      대화로 풀리지 않아 등 돌리고 자더라도 
      한이불을 덮는 게 지옥을 벗어나는 지름길임을 살아보면 안다
      몸이 십 리 멀어지면 마음은 백 리 달아나기에
      이부자리가 작을수록 전쟁은 빨리 끝난다.
      2014.05.19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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