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994

* 어서 오십시오

어서 오십시오 임 현 숙 어서 오십시오 나목 사이로 솟아오르는 새날이여 고난의 장벽을 뛰어넘어 텅 빈 곳간에 금빛 햇살이 넘실거리게 하소서 저 북방 거센 바람으로 나이테 늘어도 버리지 못하는 마음의 티끌을 키질하소서 웃음을 잃은 이에게 희망 박을 타게 하시고 사랑을 잃은 이의 눈물을 거두어 다시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소서 겸손의 신발을 신고 배려를 지팡이 삼아 섬김의 길을 가게 하시고 내 모습 이대로 감사하며 날마다 행복의 샘물을 나누게 하소서 어서 오십시오 나목에 파릇한 옷을 지어줄 새날이여.

부를 수만 있어도 좋은 그 이름

부를 수만 있어도 좋은 그 이름 임현숙 은행잎 책갈피에 소중히 담던 소녀 시절에 교회 오빠 기타 줄 튕기며 노래 부르면 단풍잎처럼 붉어 설렜지 그냥 이름을 부르고 싶었던 오빠 비가 오면 한 우산 아래 소곤거리고 눈 내리면 두 손 호호 불어줄 사랑이라는 이름 뉘엿뉘엿 저무는 길목에서 피붙이 오빠들 하늘나라 보내고 하냥 그리워하네 부를 수만 있어도 좋은 그 이름 울 오빠 2013.12.07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