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임현숙 내로라하는 시 꽃이 피었다는 시의 주봉(主峰)은 얼마나 높을까 유럽의 하얀 지붕 융프라우나 저 티베트 승려를 거느린 히말라야쯤 되려나 꽃향기가 광야에 외치는 소리로 때론 너털웃음이나 아득한 그리움으로 미늘처럼 영혼을 낚는 날이면 하늘 아래 가장 아름다운 위선의 꽃을 피우고 싶어 시 산맥을 헉헉 오르네 골짝마다 들꽃 아우성이고 옆 산 중턱 노을 꽃 으스대니 풀꽃이라도 피워야 할 텐데 흐드러진 민들레만도 못한 풀잎, 가여워라 봄 한 모퉁이 수놓다 가는 벚꽃처럼 어느 이름없는 산기슭에라도 활짝 피고 지고 아, 가도 가도 닿을 수 없는 시의 주봉은 아득하기만 하여라 2014.04.04 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