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달며 임 현 숙 어머니, 오늘 아침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어머니를 떠올립니다 예전에 바늘에 실을 꿰어달라 하시면 이런 것도 못하나 싶어 짜증이 나기도 했습니다 내겐 그런 날이 오리라고 전혀 생각 못 했었지요 백발도 주름도 비껴갈 줄 알았었는데 깊이 넣어 둔 돋보기를 꺼내 쓰고 단추를 답니다 어머니, 그때 알았더라면 바늘 귀 잡은 손 따스하게 어루만져 드렸을 텐데 늦은 깨달음이 가슴 아픕니다 불혹에 홀로되어 백일도 안된 아들 바라보며 사신 세월의 아픔도 이제야 알겠습니다 긴긴 밤 먼저 가신 임 그리워 부엉이처럼 부엉부엉 지새우셨겠지요 허전한 옆구리가 마치 가을걷이 후 논처럼 쓸쓸하기만 합니다 어머니, 요단 강 건너갈 날 받아놓고 부딪혀 피 흘리시면서도 스스로 화장실을 다니신 건 마지막 남은 자존심이셨을까요 꼿꼿하고 정갈하던 그 모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고부간이라는 이름으로 십여 년을 함께하며 얼굴 붉히던 날도 많았지만, 떠나신 후 많이 울었습니다 미련해서 더 잘 돌봐드리지 못한 것이 가시가 되어 오래도록 아팠습니다 어머니. 물려주신 금가락지도 도둑맞은 지 오래고 애지중지하시던 항아리들도 사라져 당신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것 아무것 없어도 오늘처럼 생활 속에 불쑥 나타나십니다 다림질을 하다 보면 어느새 어머니가 셔츠 깃을 세우고 청소를 하면 걸레질을 하고 계십니다 나이 든다는 것은 옛사람을 이해하고 닮아가는 것인지요 어머니, 말없이 천정을 응시하며 흘리던 그 눈물의 의미도 그 날이 오면 알 수 있을까요 단추를 다는 손가락이 어머니의 골무를 그리워합니다. 2014.04.08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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