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봄인 줄 알았어

라포엠(bluenamok) 2019. 2. 19. 08:40


      
      봄인 줄 알았어
                                                  임 현 숙
      햇살이 고와 산책을 나섰네
      창에서 내다본 풍경은 봄이었어
      찬 바람에 머릿속이 얼얼해도
      볼을 쓰다듬는 건 명주바람이었지
      청둥오리떼 볕 바라기 하는 호수에
      바람이 날고 있었어
      사뿐사뿐 다가오는 
      버선 콧날 같은 은물결은 
      아, 그리움이었네
      붉은 단풍 뚝뚝 진자리 
      봄이 꿈틀거리고
      나목들의 간지러운 몸짓이
      내 마음을 들뜨게 하나 봐
      아직 산등성이 하얀 겨울인데
      봄이 보이고 숨소리가 들리네
      손 시리고 코끝 찡한 산책길
      난 봄인 줄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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