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 1624

12월을 달리며

12월을 달리며 임 현 숙  한 세월의 종착역입니다시간의 나래에서베짱이처럼 지내던 날을 지우며이마를 낮춰손끝에 가시가 돋고발목이 가늘어지도록 달려왔습니다대못이 박히고무릎 꺾는 날도 있었지만발자국마다 반성문을 각인한 후낡은 지갑은 늘 배가 고파도철든 눈동자엔겁 없는 미소가 찰랑댑니다겨울나무처럼 허울을 벗고 나니어느 별에 홀로 떨어져도삽을 들겠노라고앙상한 발가락이 박차를 가합니다그토록 기다리던새봄이 오지 않는다 해도해쓱한 볼이 터지라웃으며 달리렵니다.  -림(20141205)

밴조선 9/7일 자 게재-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임 현 숙 (사)한국문협 캐나다 밴쿠버지부 회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아침 안개 걷힌 후 해가 빛나듯 눅눅한 마음밭이 보송보송해지는 것 우울한 일상에 풀 죽어 있다가도 생각나면 반짝반짝 생기가 도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끝없는 관심과 배려로 다가가는 것 보고 싶어 그 창가를 기웃거리고 그리워 먼 하늘 바라보다 구름이 되는 것 행여 소식 올까 편지함을 열어보고 반가운 이름에 즐거운 종달새가 되는 것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비 오는 날 한 우산 속에 있고 싶은 것 두 마음이 한마음 되기를 바라는 것.

제5호 바다건너 글동네 수록/이순에 들다, 12월을 달리며

이순耳順에 들다 임 현 숙 어엿이 내 나이 이순 트로트보다 발라드가 좋고 연인들을 보면 가슴이 벌렁거리는데 거울 속 모습은 할머니 호칭이 어색하지 않다 이순에 들어서니 무심히 버리고 온 것들이 어른거린다 하루가 멀다 붙어 다니던 친구 장흥 골 어느 카페 부부동반 교회 모임 형..

내 유년의 골목길

내 유년의 골목길 임 현 숙 내 유년의 골목길은 놀이터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까르르 깔깔 옷은 초라해도 마음은 아라비아 부자였지 어린 발자국 사라지면 누룽지 냄새 가장을 반기고 뿌연 외등 깜박이며 연인들 입맞춤 눈 감아 주기도 했지 밤 깊어 출출할 무렵 부르잖아도 찾아오는 야식 배달 메~밀~~묵 찹~쌀~~떡~~~ 좁은 골목길은 누추하지만 유쾌하고 정겹고 낭만이 있었네 세월이 무심히 흘러 찾아간 그 골목엔 유년의 웃음소리 대신 반짝이는 자동차가 거드름 부리고 앉아 있었어 현대화가 야속하게 밀어버린 옛 시절 그리워 눈감으니 포장도로 저 밑에서 철모르던 명랑한 소리 달려오네. -림(20190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