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바람이 분다

라포엠(bluenamok) 2019. 8. 21. 15:18


      바람이 분다 임 현 숙 바람이 분다 유리창 너머 풍경이 저마다 펄럭이며 세월이 간다 나부끼는 은발이 늘어난 만큼 귀향길도 멀어져간다 유학 바람에 실려 와 아이들은 실뿌리가 굵어가지만 내 서러운 손바닥은 서툰 삽질에 옹이가 깊어진다 툭 하면 응급실에 누워있던 오랜 두통을 치료해 준 은인의 땅 무수리로 살아도 알약에서 놓여나니 천국의 나날인데 이맛살이 깊어지니 미련 없이 떠나온 고향이 옹이를 속속 담금질한다 바람이 분다 실핏줄에 들엉긴 저린 것들이 고향으로 가자고 역풍이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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