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가을사랑-도종환

라포엠(bluenamok) 2014. 10. 9. 10:18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읍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읍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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