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숙 / 김사인
헌 신문지 같은 옷가지들 벗기고
눅눅한 요위에 너를 날것으로 뉘고 내려다본다
생기 잃고 옹이 진 손과 발이며
가는 팔다리 갈비뼈 자리들이 지쳐보이는구나
미안하다
너를 부려 먹이를 얻고
여자를 안아 집을 이루었으나
남은 것은 진땀과 악몽의 길뿐이다
또다시 낯선 땅 후미진 구석에
순한 너를 뉘었으니
어찌하랴
좋던 날도 아주 없지는 않았다만
네 노고의 헐한 삯마저 치를 길 아득하다
차라리 이대로 너를 재워둔 채
가만히 떠날까도 싶어 네게 묻는다
어떤가 몸이여
2005년 [현대문학상] 수상작
'시인의 향기 > 나물 한 바구니(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향의 누님 / 김사인 (0) | 2015.01.16 |
---|---|
부뚜막에 쪼그려 수제비 뜨는 나어린 처녀의 외간 남자가 되어 / 김사인 (0) | 2015.01.16 |
김사인 시모음 (0) | 2015.01.16 |
달팽이 (외 3편)-김사인 (0) | 2015.01.16 |
당신과 나의 겨울 (0) | 2014.12.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