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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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모든 사라지는 것들은 뒤에 여백을 남긴다 - 고정희 무덤에 잠드신 어머니는 선산 뒤에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말씀보다 큰 여백을 걸어두셨다 석양 무렵 동산에 올라가 적송밭 그 여백 아래 앉아 있으면 서울에서 묻혀온 온갖 잔소리들이 방생의 시냇물 따라 들 가운데로 흘러흘러 바다..

라스베이거스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마다 빛나는 호텔에 들어서니 도박장이 눈 맞춤하고 홀린 사람들 곁 지나며 대박 한번 당겨보고 싶어 웅크린 손가락이 꼬물거리지 북적이는 인파, 명품 샵, 화려한 빌딩 따가운 햇볕이 호령하는 거리에 슬픔은 얼굴을 내밀지 못하네 팜 트리만이 손바닥만 한 그늘을 내어주는 거리 헐떡이며 기웃거리다 호텔 방에 들어서면 고요와 안식이 엄마처럼 맞아주어 고독하지 않은 곳 늙은 집고양이 집 밖에서 지낸 며칠 달러로 작은 행복 살 수 있었네. -림(20190528)   라스베이거스  임 현 숙   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라스베이거스 금빛 찬란한 은하수 그 물결에 부유하러 온 나는 주린 집고양이 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