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월의 언덕/노천명 유월의 언덕/노천명 아카시아꽃 핀 유월의 하늘은 사뭇 곱기만 한데 파라솔을 접듯이 마음을 접고 안으로 안으로만 들다 이 인파 속에서 고독이 곧 얼음 모양 꼿꼿이 얼어 들어옴은 어쩐 까닭이뇨 보리밭엔 양귀비꽃이 으스러지게 고운데 이른 아침부터 밤이 이슥토록 이야기해 볼 사람..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5.30
다가오는 산山 다가오는 산山 임 현 숙 옆집에 노부부가 살았다 아침마다 부인은 화단에 물을 주고 이따금 세차도 했다 남편은 부인과 외출할 때 잠깐 보일 뿐 조용한 사람 같았다 어느 새벽, 삐오삐오~ 구급차가 오고 누군가 실려 나갔다가 아침결에 돌아온 후 밤이 되어 다시 911이 오고 부인의 울음이 ..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5.18
인연 - 김재진 인연 - 김재진 한 세상 입던 옷 벗어놓고 우린 모두 어딘가로 떠나야 합니다. 마당에는 불 켜지고 이모, 고모, 당숙, 조카, 이름도 잊어버린 한순간의 친구들 때 묻은 인연들 모여 잔치를 벌입니다. 술잔이 돌고 덕담이 오가고 더러는 떠나는 것을 옷 갈아입는 거라 말하는 이도 있습니다. .. 시인의 향기/영혼의 비타민 2019.05.10
2019.05.04. 밴조선 기고/그리운 어머니 https://issuu.com/vanchosun.com/docs/190504/12 나목의 글밭/지면·너른 세상으로 2019.05.05
그리운 어머니 그리운 어머니 임 현 숙 다정한 오월이 오면 어머니 그리워 카네이션보다 진한 눈빛으로 허공 저 너머 둘러봅니다 늘 허약하셨던 어머니 풋풋한 시절 비 내리던 날 교문 앞 친구 어머니 보며 철철 젖어 달려갈 때 아주 작은 부러움이 사춘기에 그늘이었지만 친정 나들이 때마다 고이 접은..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2019.05.02
사랑 / 김남조 사랑 / 김남조 오래 잊히음과도 같은 병이었습니다 저녁 갈매기 바닷물 휘어적신 날개처럼 피로한 날들이 비늘처럼 돋아나는 북녘 창가에 내 알지 못할 이름의 아픔이던 것을 하루 아침 하늘 떠받고 날아가는 한 쌍의 떼 기러기를 보았을 때 어쩌면 그렇게도 한없는 눈물이 흐르고 화살..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23
강가에서 / 고정희 강가에서 / 고정희 할 말이 차츰 없어지고 다시는 편지도 쓸 수 없는 날이 왔습니다 유유히 내 생을 가로질러 흐르는 유년의 푸른 풀밭 강둑에 나와 물이 흐르는 쪽으로 오매불망 그대에게 주고 싶은 마음 한쪽 뚝 떼어 가거라,가거라 실어보내니 그 위에 홀연히 햇빛 부서지는 모습 그 위.. 시인의 향기/바다 한 접시(여) 2019.04.08
단추를 달며 단추를 달며 임 현 숙 사위의 양복 단추를 달며 돋보기를 꺼내 쓰니 바늘귀에 실을 꿰어달라면 짜증 내던 며느리 늑골 사이가 짜르르하다 가신 지 오래 숨결 묻어나는 것 전혀 없어도 불쑥불쑥 빙의하는 어머니 불혹에 홀로 백일 된 아들 고이며 부엉부엉 지새우는 밤 한숨 타래로 바느질.. 나목의 글밭/시선(詩選)·시시껍절할지라도 2019.03.27
작은 이름 하나라도 작은 이름 하나라도 이 기 철 이 세상 작은 이름 하나라도 마음 끝에 닿으면 등불이 된다 아플만큼 아파 본 사람만이 망각과 폐허도 가꿀 줄 안다 내 한 때 너무 멀어서 못만난 허무 너무 낯설어 가까이 못 간 이념도 이제는 푸성귀 잎에 내리는 이슬처럼 불빛에 씻어 손바닥 위에 얹는다 .. 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2019.0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