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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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

가을날 임현숙 하늘빛 깊어져 가로수 이파리 물들어가면 심연에 묻힌 것들이 명치끝에서 치오른다 단풍빛 눈빛이며 뒤돌아 선 가랑잎 사람 말씨 곱던 그녀랑 두레박으로 퍼올리고 싶다 다시 만난다면 봄날처럼 웃을 수 있을까 가을은 촉수를 흔들며 사냥감을 찾고 나무 빛깔에 스며들며 덜컥 가을의 포로가 되고 만다 냄비에선 김치찌개가 보글거리고 달님도 창문 안을 기웃거리는데. -림(20230930)

문숙의 시모음

문 숙 - 1961년 경상남도 하동 출생. - 동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박사. - 2000년 《자유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 시집으로 『단추』(2006), 『기울어짐에 대하여』(2012), 『불이론』(2021) 등이 있음. - 현대불교문학상(2022) 수상. 항아리 된장을 담아두던 항아리에 모래를 깔고 물을 부어 스킨딥시스를 심었다 제 몸에 꽃을 담고도 여전히 된장 냄새를 피운다 자주 물을 갈아도 노랗게 꽃잎이 타들어간다 단지를 들어내자 항아리 밑이 된장물로 흥건하다 짜디짠 눈물이 고였다. 숨구멍으로 제 몸에 담았던 한 흔적을 조금씩 몸 밖으로 버리고 있었던 항아리 한 사람의 기억을 버리려 숨 죽여 울던 저 여자 어머니 부엌 천정에 매달린 형광등 스위치를 당겨도 쉽게 스파크가 일지 않는다 빛이 다 빠져나..

강영환 시인

강영환 시인 1951년 경남 산청 출생. 197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공중의 꽃」으로 등단. 1979년 《현대문학》 시 추천완료(필명:강산청), 1980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남해」 당선. 저서는 시집으로 『붉은 색들』, 『술과 함께』 『칼잠』, 『불순한 일기 속에서 개나리가 피었다』, 『쓸쓸한 책상』, 『이웃 속으로』, 『황인종의 시내버스』, 『눈물』, 『뒷강물』, 『푸른 짝사랑에 들다』, 『집을 버리다』, 『산복도로』, 『울 밖 낮은 기침소리』 등과 『현대시』, 씨디롬 『블랙커피』, 지리산 연작시집 『불무장등』, 『벽소령』, 『그리운 치밭목』이 있다. 시조집으로 『북창을 열고』, 『남해』, 『모자아래』 등과 산문집 『술을 만나고 싶다』가 있다. 이주홍 문학상, 부산작가상. 하동문학작품상, 부산..

양상추 효능 9가지 및 부작용 알아보기

양상추 효능 9가지 및 부작용 알아보기 (tistory.com) 양상추 효능 9가지 및 부작용 알아보기 양상추 효능 9가지 및 부작용 알아보기 양상추는 샐러드로 많이 이용되며 수분이 전체의 94~95%를 차지하고 그 밖의 탄수화물, 조단백질, 조섬유, 비타민 C등이 들어 있습니다. 양상추는 락투세린 healthit.tistory.com *갑상선 질환 약을 복용하는 경우 요오드 섭취를 방해할 수 있기 때문에 양상추 섭취를 피하는 것이 좋다.

이민가방

이민가방 임현숙  동대문 시장 출신 이민가방 비행기 타러 간다배가 빵빵한 것이 줄행랑치는 펭귄 뒷모습이다 병 안에 모래 담듯 빈틈없이 채워져금방이라도 게울 것 같다여자의 어깨에서 가벼이 꼬리치던 핸드백이 머리에 턱 걸터앉는다'루이 xx' 이름표가 큰 바위처럼 무겁다몸값이 양반과 노비의 차이여서 초라해지지만이민가방은 날씬한 핸드백이 부럽지 않다지난날의 기억과 손때 묻은 것들다시 살 수 없는 보물을 삼킨 불룩한 배가 으쓱하다 낯선 땅에 도착해 간 쓸개까지 다 비우고 나면컴컴한 창고에 쭈그러져 출옥을 기다리는 죄수 신세이겠지만오늘만큼은 승전고를 울리는 장수처럼 당당하다'핸드백, 난 너의 모든 걸 담을 수 있지만 넌 나를 품을 수 없지'시장표 이민가방 양반걸음으로 공항을 누빈다.   -림(20230830)   ..

하얀 샌들

하얀 샌들 임 현 숙 나는 그녀의 하얀 샌들 여름이면 엄지발톱을 빨갛게 물들인 그녀와 종종 나들이를 갔다 어느 날엔 맛있는 냄새가 허기를 채우기도 하고 또 어떤 날엔 아줌마들의 찰진 수다가 메탈 음악처럼 귀를 뚫곤 했다 붉은 발톱은 여유로웠고 나는 더위 안에서 추위를 타곤 했다 하얀 살갗이 누레지고 주름지도록 그녀의 작은 발을 사랑하며 또각또각 동행했는데 명랑하던 그녀가 폭폭 울던 그날 이후 신발장 귀퉁이에서 몇 번의 여름을 깜깜하게 보내고 있다 그녀의 슬픈 발에는 키 작은 운동화가 날마다 따라다니고 절인 배추가 되어 돌아온 운동화에선 고달픈 하루 냄새가 배어 나온다 신발장 문이 열릴 때마다 나 여기 있다고 들썩여 봤지만 눈길도 주지 않고 그 납작한 운동화만 데리고 간다 땡고추 같은 쌀쌀함이 측은하기만 ..

바로 지금

바로 지금 임현숙 이따금 카카오톡 목록을 보면 안부를 물어도 대답 없는 사람들 그러려니 하고 지나치다가 후에 듣게 되는 소식은 이 세상 사람이 아니라는 것 만나자는 연락에 머뭇거리던 게으름이 가시로 박힌다 꽃이 시들고 가랑잎 지고 냉장고도 선풍기도 하물며 사람도 태어나는 모든 건 마지막도 있다 그 끝점은 누가 알 수 있을까! -우리 언제 얼굴 볼까요- 미루지 말고 바로 지금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림(20230711)

가을 항(港)의 여름은

가을 항(港)의 여름은 임현숙  풍요로운 햇살 덕에하늘빛도채마밭도새파랗고고향을 떠나 뿌리내린 나도허릿살이 풍성해진다 생의 늦여름에 만났던낯선 땅 밴쿠버땡볕에도나무 그늘엔 만년설 바람 보송한소소한 풍경마저 그림엽서가 되는시퍼런 여름빛에 홀렸다 작은 포구에 영근 여름은 바라만 보아도 설레었는데돛단배 타고 하늘을 날던그 두근거림은 어디로 갔을까 누릇한 생의 가을 항(港)에서그리울 일도기다릴 이도막배에 태워 보내놓고선꽃이라 불리던 여름날 애련해뱃고동 소리 기다려진다 활짝 핀 여름 안에서그 설렘으로 가는 배표를 예매 중이다.   -림(20230626) https://www.youtube.com/watch?v=Pt_zuexXFdw&t=8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