밴쿠버 Sky Train
춘몽
안개비 임현숙
스카이 트레인, 나는 그게 "공중을 나는 기차인가" 했다.
고가 위를 달리는 무인 전동차가 바로 스카이 트레인 인 것을 타 보고서야 알았다
오늘 세 번째로 그 기차를 타고 다운타운까지 여행을 했다.
자가용으로 가면 40분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갈아탄 기차로 80분이 소요되니
우리는 여행이라 이름 한다.
창밖으로 스쳐 가는 풍경들,
봄빛 푸른 프레이저 강가에 죽죽 늘어선 키 큰 나무들이 찰나에 스쳐 가고
벚나무 분홍 꽃 떨기의 터질듯한 웃음소리도 외마디로 스쳐 지나가 버린다.
나를 스쳐 가는 것들이 어디 풍경뿐이랴.
차창에 세월이 흐르고 따닥이는 빗방울이 가슴으로 흐르고
모든 순간이 과거로 가버리는 것을.
오늘의 이 외로움이 어디에서 왔는지 생각하는 것도 이미 과거 속으로 흘러 가 버렸다
태평양 상공을 날아 세계 두 번 째 큰 땅덩어리에 발을 디디고
잃어버린 것은 식탁의 빈자리이다. 커다란 침대의 반쪽이다. 잡을 수 없는 손이다.
남편과 아이들, 다섯 식구가 서로 체온을 느끼며 살지 못하는 것,
가장 소중한 보물을 태평양에 빠뜨렸다.
지금 이 기차는 그리운 곳으로 달려간다.
레일을 벗어나 창공을 신 나게 날아 태평양을 건너 달리는 은하 열차,
그리운 산하가 내려다보이는 순간 아득히 들려오는 소리,
넥스트 스테이션 이즈 스테디움... (다음 역은 스타디움입니다.)
Mar.31,2012 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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