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습 없는 삶
안개비 임현숙
짙은 안개강을 헤치고
아침 햇살이 고개 들었다
이렇게 투명한 날엔
그늘에 핀 꽃은 초라한 모습을 숨기려 한다.
어쩌다 머리카락이 눈에 띄길래 앉아서 이 잡듯이 뒤지고 있다.
카펫이 깔려 청소기를 돌려도 머리카락이 곳곳에 숨어 있다.
다 주웠다고 지나친 자리를 돌아보니 또 있다.
그러기를 몇 차례 반복하며
내 생활을 뒤돌아보는 아침이다.
안 들린다고 못 듣고 지나친 소리는 없는지
안 보여서 못 보고 넘어간 장면은 없는지...
알게 모르게 무심히 흘려버린 일들도 많았을 것이다.
놓쳐서는 안 될 일들도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실수와 반성을 거듭하면서도
완전할 수 없는 삶이기에 부끄러운 시간도 많았다.
삶도 연습이 있다면, 예습할 수 있다면
만점을 받을 수 있을까?
모두가 만점짜리 인생이라면
神이 설 자리가 없기에
창조주는 삶의 예습을 허락하지 않으신 게야.
2011.09.28 림
'나목의 글밭 > 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와 안개와 그리움으로... (0) | 2012.10.28 |
---|---|
주차장 유감 (0) | 2012.10.24 |
깨진 사발은 되지 말자 (0) | 2012.08.08 |
괜찮다 (0) | 2012.08.05 |
모양나게 살고싶다고요? (0) | 2012.07.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