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목의 글밭/시2·다시 부르는 노래
밴쿠버 연가
임 현 숙
태평양 물을 담아놓은 듯한 밴쿠버의 8월 하늘빛은 여행자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한낮의 볕은 톡 쏘지만 구름 그림자 내려앉은 자리엔 알래스카 바람이 너울대고 병풍처럼 둘러선 눈 덮인 산봉우리, 도시의 심장을 가로질러 태평양으로 유유히 흐르는 프레이저 강, 그림처럼 아름다운 작은 포구들이 눈에 아른거려 아이들 유학이 동기가 되어 밴쿠버에 기러기 둥지를 틀고 말았다. 래인쿠버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비가 자주 내리는 밴쿠버와 열애를 하며 때로는 고향 그리워 눈물비에 젖기도 했지만 사람 사이에 신경전 벌일 일 없어 만성 편두통에서 놓여났다. 집에서 뒹굴던 차림새로 밖을 활보해도 눈치 주는 사람 없는 소박한 국민성은 차려입어야 대우받는 문화에 젖어있던 내게 신선한 충격이어서 차츰 동화되어 겹겹이 쓰고 있던 가면을 벗어던졌다. 천천히 가는 세상, 수수하고 순박한 나라, 에덴동산을 닮은 풍경…. 이산 가족의 아픔이 절절해 홀로 남은 기러기가 훨훨 날아올 수 있다면 이보다 아름다운 소풍이 어디 있을까.
-림(2012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