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기차 / 김사인
모두 고개를 옆으로 떨구고 잠들어 있다.
왁자하던 입구 쪽 사내들도
턱 밑에 하나씩 그늘을 달고 묵묵히 건들거린다.
헤친 앞섶 사이로 런닝 목이 풀 죽은 배춧잎 같다.
조심히 통로를 지나 승무원 사내는
보는 이 없는 객실에 대고
꾸벅 절하고 간다.
가끔은 이런 식의 영원도 있나 몰라.
다만 흘러가는 길고 긴 여행
기차 혼자 깨어서 간다.
얼비치는 불빛들 옆구리에 매달고
낙타처럼.
무화과 피는 먼 곳 어디
누군가 하나는 깨어 있을까.
기다리고 있을까 이 늙은 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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