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또 여러 번
문태준
왼 손목의 맥을 짚으며 비를 보네
물통을 내려놓고 비를 보네
이 비 그치면 낙과(落果)를 줍게 되리
천둥 우는 소리는 처음은 높고 나중은 낮아지네
계곡물은 비옷을 입고 급하게 내려오네
오늘 칡넝쿨같이 뻗어가는 구름 아래를 지나며
언제 또 소낙비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네
쏟아짐이여,
여러 번의 오후는 여름 위에
여러 번의 여름은 일생(一生) 위에
이처럼 쏟아진다 할 밖에.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질펀하네
—《서정시학》2011년 가을호
----------------
문태준 / 1970년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 발달』.
'시인의 향기 > 나물 한 바구니(남)'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픈 사랑일수록 그 향기는 짙다 - 도종환 (0) | 2015.11.19 |
---|---|
百年-문태준 (0) | 2015.04.01 |
강으로 가서 꽃이여 / 김사인 (0) | 2015.01.17 |
여름날 / 김사인 (0) | 2015.01.17 |
허공장경虛空藏經 / 김사인 (0) | 2015.01.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