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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의 향기/나물 한 바구니(남)

언제 또 여러 번-문태준

라포엠(bluenamok) 2015. 1. 22. 12:55

언제 또 여러 번

 

   문태준

 

 

 

왼 손목의 맥을 짚으며 비를 보네

물통을 내려놓고 비를 보네

이 비 그치면 낙과(落果)를 줍게 되리

천둥 우는 소리는 처음은 높고 나중은 낮아지네

계곡물은 비옷을 입고 급하게 내려오네

오늘 칡넝쿨같이 뻗어가는 구름 아래를 지나며

언제 또 소낙비를 만나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네

쏟아짐이여,

여러 번의 오후는 여름 위에

여러 번의 여름은 일생(一生) 위에

이처럼 쏟아진다 할 밖에.

얼마나 울었는지 두 눈이 질펀하네

 

 

 

                          —《서정시학》2011년 가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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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태준 / 1970년 김천 출생. 1994년 《문예중앙》으로 등단. 시집 『수런거리는 뒤란』『맨발』『가재미』『그늘의 발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