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시1·조금만을 기다리며

냄비를 닦으며

라포엠(bluenamok) 2014. 8. 23. 01:02

        냄비를 닦으며 임 현 숙 냄비의 찌꺼기를 닦는다 손등이 도드라지도록 문지르니 반들반들 은빛 화색이 돈다 내 생각의 부스러기도 냄비처럼 닦고 싶다 책을 펴들어 賢人의 지혜로 쓸어내고 복음으로 베어 보지만 칼칼한 게 개운하지가 않다 가을이 무르익은 시집을 연다 묵은 벽지가 바람처럼 들판을 간다는 시구가 까칠한 화장기를 벗겨낸다 향이 깊은 詩는 마음을 닦는 비누이다 나도 누군가, 누군가의 마음을 향기롭게 하는 詩가 되고 싶다. -림 201408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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