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써야 사는 여자
추억이 저무는 창가에서

나목의 글밭/혼잣말·그리운 날에게

유년의 기억 하나/가난이 가난인지 모르던 시절

라포엠(bluenamok) 2012. 6. 14. 12:16

      유년의 기억 하나 (가난이 가난인지 모르던 시절) 안개비 임현숙 뿌연 기억 속에 물지게를 짊어지고 가파른 길을 오르는 엄마의 뒷모습이 보인다. 내 나이 예닐곱이었을까 엄마랑 함께 물통을 잡고 바동거리며 쫓아가면 몇 발자국 못 가서 엄마의 허리가 철사처럼 휘어졌다. 힘겹게 다다른 단칸방 부뚜막에는 누런 양회 봉지 쌀이 놓여있었고 먹고 싶은 것이 많았던 철부지는 매일 엄마의 속을 파먹는 독거미였다. 어느 날은 불긋불긋 두드러기 때문에 뜨거운 부뚜막에 발가벗은 채 울고 서 있는 내 몸에 엄마는 조기를 절이듯 소금을 뿌려서 아프고 가려워 자지러진 적도 있었다. 최부잣집은 아니어도 사랑방에 친척들이 모여들곤 했던 땅 부잣집이 큰 오빠의 노름으로 몰락한 후 서울에 취직한 둘째 오빠를 따라온 엄마와 함께 늦둥이인 내 유년의 꿈이 이렇게 산동네에서 자라고 있었다. 2012.06.13 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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